문화일보칼럼

부작용 더 키우는 與野 민생입법 경쟁

yboy 2012. 5. 31. 16:57

 

문화일보 포럼 2012/05/31 14:31
기사 게재 일자 : 2012년 05월 31일
<포럼>
부작용 더 키우는 與野 민생입법 경쟁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30일 제19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새누리당이 ‘희망 사다리’ 12개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도 이날 7대 민생 의제와 관련해 19개 법안을 제출했다. 이는 연말 대선이 끝나고도 어디까지 갈지 모를 여야(與野) 정치권의 복지 및 민생 법안 경쟁의 서막을 보여준다.

이 법안들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정신을 가진다. 과연 진실로 그러한가?

새누리당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법은 모든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적용하고 이를 어길 경우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정규직의 인건비 부담이 과다하고 해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정규직 과보호는 방치하고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우만 강제한다면 기업은 정규직 줄이듯 비정규직 고용도 줄일 것 아닌가. 그리하여 기업의 국제 경쟁력 추락과 해외 탈출이 촉진된다면 결국 전 600만 비정규직이 모두 이 법안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인구 30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에 향후 5년 간 대형 마트 신규 입점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도시 읍·면 주민들은 대한민국 주민이 아닌가. 무슨 죄가 있기에 이들은 대도시 주민처럼 대형 백화점을 누릴 자격이 없는가. 또한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농민·중소제조업자·중소협력 서비스업자들은 왜 희생돼야 하는가. 결국 이 법안의 가장 큰 피해자도 중소도시, 농촌, 지방민, 농어민, 중소사업자 등 사회적 약자가 된다.

한편 민주당의 7대 의제는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무상급식,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강제, 과도한 최저임금 법제화가 어떻게 노동시장 파괴, 기업 파산과 대량실업으로 귀결되는지, 전·월세 상한제가 왜 세입자의 부담을 오히려 늘리게 되는지에 대해 이미 수많은 논의를 해왔다. 무차별·무제한적인 무상보육·무상급식이 일으킬 천문학적인 재정 지출 부담과 이로 인해 지금의 유아 및 학생 세대가 장래 탈출 불능의 거대한 빚과 경제 침체의 수렁에 빠질 위험에 대해서도 논의해왔다.

이들 중 반값등록금은 민주당 의제의 반(反) 서민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오늘날 세계 최고로 대학교육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나라로, 수많은 대졸자가 고학력 때문에 직장을 찾지 못해 실업자, 취업 포기자, 신용불량자가 된다. 반면 중소사업자는 인력난 때문에 무수히 도태하고 동남아시아로 이전한다. 이른바 반값 등록금은 시장경제에서 필연적으로 ‘반값짜리 대학생’을 양산해낼 것이다. 따라서 이 고학력 사회의 모순과 낭비를 배가(倍加)시킬 것이다. 한편 그 재정 부담 때문에 고교생 및 고교교육에 대한 지원은 부실해질 것이다. 결국 대학생·중소기업·고교졸업자 모두 이 정책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가.

오늘날 정치지도자와 국회의원들이 이런 반 시장, 반 서민 정책들을 ‘민생정치’의 이름을 붙여 마구 찍어내는 이유는 자신의 무지(無知) 때문이 아니라, 이러면 아마 국민이 속아 표를 줄 것이라는 속셈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도 이제 에이브러햄 링컨이 했다는 “네가 일부 사람을 항상 속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을 한때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항상 속일 수는 없다”는 경구(警句)를 들어야 할 때다. 지난 총선에서 99% 이겼다고 웃던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같은 반 국익(國益) 주장을 하다 패한 걸 보지 않았는가. 이는 특히 민주주의와 시장의 편으로 아직 인정받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명심해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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