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인의 이념적 주소를 보여주는 두 개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갤럽 등이 행한 국민 이념 성향 조사에서는 31%가 “자유시장 경제든 사회주의 경제든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답했다. 2년 전 이 수치는 9.8%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기업의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 “기업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9%는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라고 했으나 나머지는 근로자 복지 향상, 이윤의 사회 환원 등에 두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남북은 원래 같은 민족이 같은 조건에서 출발시켰다. 그러나 체제의 선택이 달라 양쪽 인민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남한은 자유기업시장 체제를 성공시켜 풍요와 자유를 누리는 세계적 모범 사례가 됐고, 사회주의 체제 아래의 북한은 주민을 굶기고 억압하는 또 하나의 모델이 됐다. 북한의 실태를 생생히 보며 오늘을 사는 남한 사람들은 현 체제에서 살게 해준 그 부조(父祖)나 운명의 신께 실로 감사해야 한다. 그런 이들이 이런 사회주의적 기업관과 체제 의식을 가진다는 사실을 무슨 역설로 설명할 것인가.
모든 사회 의식은 배움을 통해서 나온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조류는 신세대가 이끄는 만큼 신세대 교육자의 책임은 누구보다 크다. 필자는 대학 입시철마다 새로운 고교 졸업생들을 만나고, 날로 기울어지는 그들의 이념 성향에 놀란다. 작년 말 면접자의 경우 90%가 농민·노동자·환경주의자 편이었고 민족주의자였다. 이들 대부분이 특권층이 독점하는 부와 기회를 약자에게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사회과학을 택했다고 했다.
사회에 한 발도 들이지 않은 아이들의 사상과 지식이 어떻게 이토록 일치할 수 있는가. 그 원천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학교, 곧 선생님이다. 순수한 어린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들은 빈 머리와 빈 가슴을 가지고 학교에 와서 선생님의 지식과 마음을 담아간다. 선생님이 달을 가리키면 학생은 달보다 그 손가락을 먼저 본다.
독재자 스탈린은 “교육은 누구의 손에 잡혀 있고 누구에게 겨누어지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무기”라고 천명한 바 있다. 교직은 인간과 사회에 봉사하는 성직이지만 목적 있는 집단이 독점하면 전 국민을 세뇌하는 독기(毒器)가 될 수 있다.
오늘날 해마다 학교에는 새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이들은 가장 진보적 의식으로 무장되어 사회로 나온다. 그들의 영향력은 디지털시대에 들어 날로 커지고, 따라서 반 기업, 친 사회주의 색깔은 매년 짙어지는 것이 오늘의 사조(思潮)인 것이다.
내일을 맡을 우리의 선생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최근 전국 19개 교육대 사범대생들은 새로운 교원임용정책을 요구하며 동맹 휴업을 결의했다. 사대생들은 일반대의 교직과정을 폐지해 사대 출신이 아닌 사람이 교사가 되는 길을 원천봉쇄해 달라는 것이고, 교대생들은 교대학사편입제도를 폐지해 교대 입학생만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이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고 자신들만이 학교교육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배타성 자체가 그들이 독선가임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
특정 집단이 교육을 전유함은 외곬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교사는 의식, 무의식중 가르침에 그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선생님에게는 이 사회가 실망스럽고 부자 선생님은 살 만할 것이다. 그의 처우가 높으면 사회 제도에 수긍하고 낮으면 이를 탓할 것이다. 성숙하기 전에 진로를 결정하고 4년 간 뭉쳐 같은 배경, 같은 사고에 같은 교육을 받은 집단이 남을 완전히 배제하고 2세교육을 전담한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열리고 다원화된 민주사회라면 다양한 출신 학력과 경험을 가진 분이 고루 교사가 돼야 할 것이다. 국민 누구나 어느 학교 어떤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 배움의 권리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언필칭 민주시장 체제라는 한국에서 공교육부문만은 경쟁·개방·소비자의사를 철저히 봉쇄하는 사회주의적 반 시장 체제로 남아 있다. 그 구조는 전교조 등의 조직적 활동으로 근년에 더욱 심화되고, 그 결과가 현재와 같은 반 기업 환경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을 개혁하자. 그러면 우리의 감옥을 개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9세기 사상가 러스킨(John Ruskin)이 남긴 명언이다. 정부·국회·언론·시민단체를 모두 석권한 여당은 지금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중이다. 모든 개혁의 단초가 될 교육 개혁을 열린우리당이 과연 얼마나 진정하게 열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4-05-14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기업의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 “기업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9%는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라고 했으나 나머지는 근로자 복지 향상, 이윤의 사회 환원 등에 두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남북은 원래 같은 민족이 같은 조건에서 출발시켰다. 그러나 체제의 선택이 달라 양쪽 인민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남한은 자유기업시장 체제를 성공시켜 풍요와 자유를 누리는 세계적 모범 사례가 됐고, 사회주의 체제 아래의 북한은 주민을 굶기고 억압하는 또 하나의 모델이 됐다. 북한의 실태를 생생히 보며 오늘을 사는 남한 사람들은 현 체제에서 살게 해준 그 부조(父祖)나 운명의 신께 실로 감사해야 한다. 그런 이들이 이런 사회주의적 기업관과 체제 의식을 가진다는 사실을 무슨 역설로 설명할 것인가.
모든 사회 의식은 배움을 통해서 나온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조류는 신세대가 이끄는 만큼 신세대 교육자의 책임은 누구보다 크다. 필자는 대학 입시철마다 새로운 고교 졸업생들을 만나고, 날로 기울어지는 그들의 이념 성향에 놀란다. 작년 말 면접자의 경우 90%가 농민·노동자·환경주의자 편이었고 민족주의자였다. 이들 대부분이 특권층이 독점하는 부와 기회를 약자에게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사회과학을 택했다고 했다.
사회에 한 발도 들이지 않은 아이들의 사상과 지식이 어떻게 이토록 일치할 수 있는가. 그 원천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학교, 곧 선생님이다. 순수한 어린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들은 빈 머리와 빈 가슴을 가지고 학교에 와서 선생님의 지식과 마음을 담아간다. 선생님이 달을 가리키면 학생은 달보다 그 손가락을 먼저 본다.
독재자 스탈린은 “교육은 누구의 손에 잡혀 있고 누구에게 겨누어지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무기”라고 천명한 바 있다. 교직은 인간과 사회에 봉사하는 성직이지만 목적 있는 집단이 독점하면 전 국민을 세뇌하는 독기(毒器)가 될 수 있다.
오늘날 해마다 학교에는 새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이들은 가장 진보적 의식으로 무장되어 사회로 나온다. 그들의 영향력은 디지털시대에 들어 날로 커지고, 따라서 반 기업, 친 사회주의 색깔은 매년 짙어지는 것이 오늘의 사조(思潮)인 것이다.
내일을 맡을 우리의 선생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최근 전국 19개 교육대 사범대생들은 새로운 교원임용정책을 요구하며 동맹 휴업을 결의했다. 사대생들은 일반대의 교직과정을 폐지해 사대 출신이 아닌 사람이 교사가 되는 길을 원천봉쇄해 달라는 것이고, 교대생들은 교대학사편입제도를 폐지해 교대 입학생만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이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고 자신들만이 학교교육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배타성 자체가 그들이 독선가임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
특정 집단이 교육을 전유함은 외곬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교사는 의식, 무의식중 가르침에 그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선생님에게는 이 사회가 실망스럽고 부자 선생님은 살 만할 것이다. 그의 처우가 높으면 사회 제도에 수긍하고 낮으면 이를 탓할 것이다. 성숙하기 전에 진로를 결정하고 4년 간 뭉쳐 같은 배경, 같은 사고에 같은 교육을 받은 집단이 남을 완전히 배제하고 2세교육을 전담한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열리고 다원화된 민주사회라면 다양한 출신 학력과 경험을 가진 분이 고루 교사가 돼야 할 것이다. 국민 누구나 어느 학교 어떤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 배움의 권리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언필칭 민주시장 체제라는 한국에서 공교육부문만은 경쟁·개방·소비자의사를 철저히 봉쇄하는 사회주의적 반 시장 체제로 남아 있다. 그 구조는 전교조 등의 조직적 활동으로 근년에 더욱 심화되고, 그 결과가 현재와 같은 반 기업 환경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을 개혁하자. 그러면 우리의 감옥을 개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9세기 사상가 러스킨(John Ruskin)이 남긴 명언이다. 정부·국회·언론·시민단체를 모두 석권한 여당은 지금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중이다. 모든 개혁의 단초가 될 교육 개혁을 열린우리당이 과연 얼마나 진정하게 열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