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작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을 9회 말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에 비유하는 글을 신문에 쓴 적이 있다. “대통령의 과거 경제성적표는 실패의 기록이다. 그에게 쇠잔해져 가는 성장 동력을 회복시킬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킬 임무가 맡겨진 것이다. 국가대항전에 나가 줄곧 삼진당한 4번 타자의 꼴이지만 9회 말 절체절명의 마지막 공격에서 3점 역전홈런을 친다면 사람들은 그의 과거기록을 모두 잊고 우레와 같이 환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과연 그의 주도하에 ‘KORUS FTA’가 체결됐고 대통령에 대한 미디어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비준의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노 대통령이 내친 김에 비준절차까지 끝내고 임기를 마친다면 그는 결단과 추진력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반면 반(反) FTA집단의 비준저지 활동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들이 정문에 내건 구호는 가당찮게도 “한·미FTA 원천무효! 이제 국민이 나섭니다”이다. 정말 우리 국민은 이들에게 이름을 빌려줄 만큼 FTA의 피해자인가. FTA는 오히려 경제활동자와 소비자를 위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우리 국민이 분명한 지지행동으로 스스로의 이익을 지킬 때다.
한·미FTA 제일의 수혜자는 소비자다. 한국의 쇠고기 값은 오늘날 세계에서 제일 비싸고, 생활필수품 20개 중 11개가 비싸기로 세계 5위 안에 든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도입되면 호주산 고기 값이 내릴 것이고 40% 관세가 제거되면 그만큼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시장개방과 경쟁은 우리 소비재가격을 내릴 뿐 아니라 그 품질을 향상시키고 관련 서비스 값도 내리게 한다. 이것은 우리 서민생활의 고달픔과 양극화의 아픔을 덜어줄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소비자단체들이 이를 반대해야 하는가.
생활비 상승은 임금인상압력, 산업경쟁력하락, 기업의 투자의욕감퇴, 고용축소의 악순환을 유발한다. 싼 소비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국민이 늘어나고 그만큼 서비스와 제조업의 국내수요기반이 무너진다. 작년에 129억달러에 이른 여행수지 적자는 곧 꽉 막힌 한국의 서비스산업 수준을 가리킨다. 이렇게 제 국민도 탈출하는 나라에 외국인들이 특별히 관심을 둘 이유가 있는가. 오늘날 송도의 국제도시, 물류허브, 금융허브, 기타 우리 정부가 그리는 국가설계에 얼마나 외국인이 호응하고 있는가. FTA는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시켜줄 것이다.
따라서 우리 근로자는 FTA의 명백한 수혜자다. 세계최대시장인 미국에의 수출활로가 열리면 일감, 고용기회, 고용안정이 그만큼 보장될 것이다. 이 FTA를 미국의 노동자나 국내의 일부 피해산업이 반대함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을 대변한다는 민노당, 민노총이 반대함은 실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것은 이들이 지극히 무지하거나 노동자 일반보다 조직의 사익(私益)을 우선하는 집단임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농민은 FTA의 피해자이고 따라서 당연히 이를 반대한다. 그 때문에 우리의 농업은 1992~2004년 85조원의 국민자원을 지원 받았고 2004년 이후 10년간 다시 119조원을 지원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2005년 인구의 7.1%인 우리 농민은 국내총생산에 단지 2.9%를 기여했으며 그것도 싼 세계시장가격을 적용하면 얼마나 작아질지 모른다. 말하자면 다른 산업이 흥해야 우리 농촌의 형편도 개선될 상황이다. 따라서 피해보상을 키우기 위한 시위라면 모를까, “농업은 국방과 같은 것”이라는 논리로 FTA 자체를 와해시키려는 시도는 농민과 국민 모두를 패자로 이끌 뿐이다.
한·미FTA를 통해 우리는 무역과 투자기회를 넓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제도, 관례와 사고방식이 세계의 표준에 적응할 것을 기대한다. 바로 시민·노동자·농민, 기타 모든 활동주체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키움으로써 선진사회에 걸맞은 합리적 생각과 행동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