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時評>서울대 폐지론, 反지성이다

yboy 2012. 7. 31. 15:07
기사 게재 일자 : 2012년 07월 31일
<時評>
서울대 폐지론, 反지성이다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민주통합당이 서울대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공약을 내걸었다. 처음에는 ‘서울대’라는 명칭을 없애겠다고 했다가, 여론이 지탄하자 지방 국립대를 모두 ‘서울대 캠퍼스’로 만들 구상을 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리 치나 저리 치나 국민을 서울대와 비(非)서울대로 이간시켜 다수의 표(票)를 낚자는 것이 주목적일 것이다.

국민을 두 적대(敵對) 집단으로 분열시켜 약자의 분노를 이용한 선구자는 바로 카를 마르크스다. 그는 민중을 부르주아(유산계급)와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로 나누고, “이제까지 존재한 역사는 모두 계급투쟁의 역사”라며 “계급혁명의 목적은 ‘프롤레타리아의 독재사회’를 성취하는 것”임을 선언했다. 유명한 자유주의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 교수는 마르크스주의가 19세기의 모든 사회주의운동을 석권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르크시즘의 비교할 바 없는 성공은 선사시대 이래 인간의 영혼에 깊숙이 자리잡은 복수(復讐)의 꿈을 충족시켜줄 제안을 보여준 데 있다. 이는―생활의 경기에서 패배한 자에게 너무 달콤한―대중보다 강하고 잘난 자 모두에게 치욕을 주는 희열과 복수의 꿈을 약속한다.”(Socialism 1951)

민주당 서울대 폐지안의 문제는 무엇보다 ‘국민이 서울대 특권층에 당하는 집단’이란 피해의식을 심으려는 의도에 있다. 이런 선전 수법은 최근 이 당의 모든 행태에서 나타난다. 당 강령 전문은 ‘우리는 서민·노동자·중산층 등 99% 국민을 위한 정당임’을 명시한다. 당의 대표 대선 주자 문재인 의원의 출마 선언문은 ‘지금까지 우리 보통사람들은 날지도 울지도 못하는 새, ―소수 부유층과 대기업의 창고는 황금으로 가득 찬다’고 서두를 달고 있다.

이런 분열주의 정치는 민주주의 공화제를 파괴하는 본성을 가진다. 국민이 갈라지면 두 부류의 국민 간에 서로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민주주의 절차와 결과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그 극단적 형태는 마르크시스트 정권에서 보는 일당 독재 유일(唯一) 이념의 체제다. 따라서 민주공화국의 공당(公黨)에 ‘99%의 정당’같은 강령은 원래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대 폐지안의 또 다른 의도는 국민에게 반(反) 지성주의를 전파하는 것이다. 이는 우수한 집단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와 성과를 폄훼하고 배척하는 사상이다. 마치 1등을 실격시키면 나머지 선수들에게 다 우승할 기회가 생긴다고 선동하는 것과 같다. 민주당은 서울대를 약자의 기회 박탈자로 선전함으로써 자신이 사회적 패배자(underdogs)의 편임을 보려주려는 것이다.

이 반 지성주의의 치명적 문제는 이 사회에서 ‘일류(一流)’를 쫓아내 버린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1등 집단은 공동체의 정신적·물질적 문명을 창조하는 주체가 되고 나머지 국민이 그 수혜자가 된다. 따라서 일류를 존중하는 국가사회에서는 대학·기업·정부, 문화·스포츠 등 모든 영역에서 일류가 무수히 늘어나고 보통사람이 일류가 될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배척하면 궁극에는 하류 국민만 남는 저급 국가가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반 지성주의 이념은 자연히 일류를 만드는 시장 경쟁과 인간 의지도 매도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경쟁으로 먹고살지 않는가? 국민이 겁 없이 무한경쟁의 세계에 진출해 무역 1조 달러의 경제대국을 이루고 삼성·현대 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탄생시킨 것은 한국인의 유전자에 세계 최고의 경쟁 근성이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태환, 김연아나 케이팝(K-POP) 한류(韓流)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세계적 히든 챔피언과 건강한 중소기업들이 숲을 이루는 꿈을 실현하려 해도 이 경쟁적 근성이 활약해야 한다.

따라서 세계적 일류를 만드는 한국인의 초인적 경쟁과 노력 정진(精進)의 사례는 전설로 만들고 교과서에 실어 창달해야 마땅할 일이다. 하물며 이를 ‘타도할 수구 기득권’으로 몰아대는 태도는 얼마나 무책임한가. 국민도 반 지성주의자나 값싼 동정주의자에게 미래를 맡기려면 그 결과도 같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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