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시평; 公權力의 현주소
yboy
2012. 8. 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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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評> 公權力의 현주소 |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지난 몇 달 간 남대문경찰서가 서울역 앞 ‘거물’ 주폭(酒暴) 5명을 구속하자 구걸과 행패를 일삼던 주폭과 노숙자들이 신기하게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서울역이 깨끗해지고 이용객·식당·상인 모두가 반긴다고 한다. 경찰이 당연히 해야 할 공권력 수행을 한 번 하니 시민이 크게 행복해진 것이다. 역사적으로 근대국가가 탄생한 이유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줄 거대한 힘의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Leviathan 1651)’에서 정부 없는 ‘인류의 자연 상태’를 묘사한 다음 대목은 영국 철학서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런 조건에서는 산업이 설 자리가 없다;그 과실의 수확이 불확실하므로 땅 위에 그 어떤 경작(耕作)도 없다; 해상교통, 상품교역, 큰 건축물, 수송수단, 지구를 밝힐 지식, 시간의 계산, 편지도 없다; 사회도 없다; 이 모든 것보다 최악은 폭력적인 죽음에의 끊임없는 위험과 그 공포다; 그리고 외롭고 가난하고 추악하고 잔인하고 짧은 인간의 삶이다.” 공권력(公權力)은 바로 이 ‘자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국민이 자신의 권리 일부를 떼어내 국가에 맡김으로써 형성된 권력이다. 따라서 국가의 가장 큰 의무는 항상 힘과 권위를 가진 공권력을 유지해서 국민이 요구할 때 ‘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이다. 최근 남대문서의 단속은 이런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된 사례다. 그러나 남대문서는 왜 이제야 이 좋은 권력 행사를 했는가. 우선 언론들이 주폭들을 서민과 소상인을 괴롭히는 공적(公敵)으로 몰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이들은 불법 주거자, 무허가 노점이나 노조원들처럼 조직화된 세력이 못 되어 야당·좌파나 인권단체들이 외면하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최근 대두된 ㈜SJM 용역 폭행은 공권력의 기피가 발생시킨 사건이다. SJM이란 회사 노조가 파업하자 사측은 직장폐쇄로 대응하고, 노조가 직장퇴거를 거부하자 사측이 컨택터스라는 용역업체를 고용해 강제집행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 폭력이 발생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이를 기업이 노동자를 탄압하고 경찰이 방관해 민주주의가 파괴된 사건으로 규정해서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에서 본다면 합법적 직장폐쇄에 노조가 불법 무장점거를 하는 ‘자연 상태’를 공권력이 방치하므로 기업 스스로 자구수단을 강구한 것이다. SJM 사건은 오늘날 한국의 모든 노사 대치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사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하는 ‘법의 평등’은 누구나 불법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민주화시대가 열린 이후 우리나라에 생긴 수많은 인권집단은 ‘선한 폭력자’와 ‘악한 폭력자’를 갈라놓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신(新)자유주의 기회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이므로 기업·재벌 등은 악한 폭력의 행사자다. 그 피해자인 서민·노동자의 범죄행위는 선한 폭력이므로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런 선악의 폭력 가르기는 한국의 언론·문화·연예계가 편승해온 풍토다. 영화·소설·드라마 속에 친숙한 광경은 노동자·노점상·불법거주자 편에 서서 기득권과 경찰에 대항하는 영웅의 모습이다. 신문과 방송은 무허가 불법집단이 경찰을 개 패듯 때리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지만 기업과 경찰이 하나라도 실수하면 온 미디어가 달려들어 조명해왔다. 이런 여론에 겁먹은 정치지도자들은 폭력세력에 사과하고, 경찰책임자가 해직당하는 것이 보편적 모습이었다. 이런 무원칙의 눈치보기 공권력은 반드시 권위를 잃고 무력한 존재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이미 우리 경찰은 취객, 건달에 어린이에게까지 무시당하고 거리의 시위대들에 대책없이 구타·모욕당하는 대상이 됐다. 대한민국 공권력은 20여 년 전 학내 분규와 시위 과정에서 시너와 석유로 불 질러 경찰관 7명을 숨지게 한 부산 동의대생들이 민주화운동자로 포상받는 지경으로까지 전락했다. 12월 대선에 나서려는 예비 대선 주자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약속만 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이 중차대한 국가적·국민적 문제인 ‘공권력 정립(定立)’에 대한 그들의 견해 표명을 촉구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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