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시평] 박원순 1년’ 서울시의 경쟁력

yboy 2012. 10. 23. 14:20

  기사 게재 일자 : 2012년 10월 23일
<時評>
‘박원순 1년’ 서울시의 경쟁력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오는 27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2014년 6월까지의 임기 중 첫해가 끝난다. 시민들은 그 간의 박 시장 언행을 통해 자신들이 어떤 시장을 뽑았는지 볼 수 있다.

취임하자마자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서울 지하철 파업 관련 해고자 전원 복직, 시의 산하 비정규직 2800명의 정규직 전환을 단행했다. 동국대에서는 학생들에게 “등록금 철폐 투쟁은 왜 안하나? 감옥에도 꼭 가보라”는 연설을 했다. ‘제돌이’라는 돌고래를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의 상징인 구럼비 바위 밑에 방사한다며 그 훈련비로 시민들의 주머니돈을 쓰게 했다.

지난 여름 녹조현상이 나타나자 “한강의 잠실보·신곡보 철거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보(洑)들은 국유 하천 시설이라 시장의 소관도 아니며 한강의 녹조는 태풍이 오자 곧 소멸됐다. 이명박 전 시장이 만든 청계천은 콘크리트를 걷어내 자연하천으로 만들겠다고 한 반면, 2012년 도로건설, 교통시설, 하수시설 예산은 ‘예산 부족’이라며 대폭 줄였다.

이 밖에 많은 사례에서 박 시장은 자신이 선호하는 집단과 신념을 위해 철저히 봉사하는 시장임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서울 시민 모두의 시장이며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을 관장한다. 그런 시장이 편파적이며 거대도시의 기능을 이해 못하면 당연히 전 서울시민과 국민이 불이익을 보게 된다.

서울은 지난 봄 ‘포린폴리시’의 ‘2012년 글로벌 도시지수’ 평가에서 세계 8위를 차지한 초일류의 세계적 도시다. 2010년의 10위에서 두 계단 올랐으며 도쿄(4위), 홍콩(5위)에는 못 미치지만 베이징(14위), 상하이(21위)를 훨씬 능가했다.

서울이 이런 자랑스러운 도시가 된 것은 그 간 투자하고 가꾼 교통·통신 인프라와 서비스, 기타 편리하고 세련된 도시 기능 덕이다. 여기에는 과거 서울시장들의 기여도 있다. 일류 도시는 일류 산업을 유인하고 하류 도시는 하류 생산만 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은 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이 나날이 추락하고 고학력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만약 서울이 보다 효율적·개방적 도시가 된다면 장차 상업·금융·문화·교육·법률·의료 등 고급 서비스 분야에서 수많은 양질의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전임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적어도 이런 서울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그 하나인 서해뱃길 사업은 김포에서 용산까지 대형 여객선이 다닐 수 있는 뱃길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를 인천항~김포 간을 잇는 경인아라뱃길과 연결해 용산부터 칭다오 및 상하이까지 물류 노선을 구축하려는 구상이었다.

오 전 시장의 서해뱃길 사업에 문제가 있는지는 몰라도 서울시장은 적어도 한강이 얼마나 귀중한 자원인지는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강의 거대한 물줄기는 향후 무한한 물류·수리·관광의 가능성을 가지며 장래 항구가 아닌 서울의 부족함을 메워줄 수 있다. 특히 보하이(渤海) 만, 상하이 등 거대한 부(富)가 쌓이는 중국의 중심부에 직접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10년, 20년 뒤 서울을 중국 안마당의 도시처럼 기능하도록 만든다면 그 경제 및 고용창출 효과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러나 박 시장은 서해뱃길과 서울항 조성 사업을 ‘시민 삶과 무관한 전시(展示) 사업’이라며 아예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여의도와 용산에 여객선을 정박시키려던 서울항(港) 사업도 백지화됐다.

다른 한강르네상스 사업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설 계획도 백지화(白紙化)됐다. 오 전 시장이 호주의 시드니 못지않은 한강예술섬을 개발하겠다며 500억 원을 투자한 노들섬은 지금 ‘노들 텃밭’이 됐다. 여기에서 박 시장은 밀짚모자 쓰고 모내기하고 어깨춤을 추며, 서울을 ‘도시농업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광화문 광장에도 벼논을 만들고, 서울시청 옥상에는 꿀벌 5통을 설치해서 채취한 꿀을 떡에 발라먹는 행사도 개최했다.

과연 이런 박 시장의 안목과 태도가 세계 8대 글로벌 시티의 기능과 어떻게 부합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시장이 인도하는 서울시가 2015년 어떤 도시평가를 받을지도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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