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530만 표 차이로 당선됐을 때 이 정부는 노무현정권이 심은 대못들과 그 세력을 하루아침에 뺄 듯 기세등등했다. 그러나 임기 중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노무현 시대보다 더 극좌세력과 불법 선동 양태가 비등함을 보게 되었다. 국민과 언론이 떠받친 황금 같은 허니문기간을 자리싸움하느라 허송하고 광우병 불법세력에 놀라 후퇴함으로써 정권초기에 무능하고 허약한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굳힌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좌파들의 행태에 분노한 국민이 승리를 안겨주어 박근혜정부가 탄생하게 됐다.
이런 새 정부의 출발은 전임 이명박 정부를 되돌아보는데서 시작되어야할 것이다. 병귀신속(兵貴神速)은 삼국지의 조조가 즐겨 쓴 상승(常勝)전법으로 “용병(用兵)은 적이 대응하는 틈을 주지 않도록 신속함이 첫째”라는 것이다. 박근혜당선자가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그 행동과 입법은 국민과 언론이 받쳐줄 때 신속히 해야 한다. 그가 최초 반년 간 잡는 기선(機先)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임기 내내 국정수행의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19대 국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극좌세력과 노조대표들이 포진해있어 임기 내내 새 정부를 무조건 좌초시키려할 것이다. 이 정부는 간발의 차이로 민주당을 눌렀고 이 결과에 피눈물을 흘리고 승복 못하는 대중이 수없이 널려있다. 그 틈을 이용해 촛불세력들은 시시때때로 정권의 공권력 의지를 시험하고, 급기야 2008년 같은 촛불거사를 재현하려 기도할지 모른다. 그때 ‘원칙 지키는 박근혜’ 답게 새 대통령이 보여주는 법치 의지, 결단력, 정직과 지혜에 이 정권의 성공이 달려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에게 던진 ‘대통합’은 이런 점에서 어려운 선택에 놓이게 된다. 우리나라에 고질적인 지역감정, 계층과 세대 간 깊숙이 갈린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박 당선자 아니라 누구라도 제안해야할 이 시대의 절대적 과제다. 그런데 통합하자면 법치를 허물고 비상식을 관용해야한다. 과연 대한민국의 정체(政體), 역사, 안보의 기반을 흔들던 종북 집단과 전교조도 이 통합에 포함되는가? 덕수궁 텐트장의 불법 농성자와 언론의 행패자인 문화방송(MBC) 파업자들까지 포용하는 것인가?
따라서 박 당선자의 대통합에는 몇 가지 확고한 원칙이 있어야한다. 대한민국의 국기(國基)를 받들고 법을 지키고 공권력을 존중하고 흑색선동과 조작 따위를 하지 않는 집단만을 포용한다는 것 등이다. 썩은 부분과 대통합은 우리사회의 건강한 부분을 부패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전제가 없는 무분별한 대통합은 법과 양식(良識)을 믿는 시민을 피해자로 만들고 종국에 국민을 오히려 분열시키는 통합이 됨을 알아야한다.
박 당선자의 통합과제 실천에 가장 큰 과업은 아마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는 것 일게다. 스웨덴은 국민이 높은 세금에 높은 복지를 부담키로 합의한, 국민통합에 가장 성공한 국가다. 이 나라 국회의원은 전용차가 없고 지하철로 출근하며 대중교통비만 국가가 지불해 준다. 개인비서나 보좌관은 없으며 소속 정당 비서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공부하고 시민을 접촉해 의원 당 연 100여개 법안을 만들어 제안한다. 국민소득은 우리의 2.5배지만 국회의원 월급은 월 5700크로나(약 950만원) 정도며 12년 이상 의원일 경우 연금을 받는다. 그러나 매일아침 9시 출근 9시 퇴근하는 등 보통 직장인의 2배 정도 일을 한다고 한다. 국회식당서 직접 음식을 날라 보통직원들과 같이 식사하고, 면책특권을 포함하여 어떤 특권도 안 누린다. 이들은 보람 있는 일이고 이를 즐기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고 스스로 특권을 요구함은 부당하다고 믿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른바 ‘통합사회’인 유럽 대부분 국가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이 정도 대우를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조선시대 왕족 같은 특권층이다. 국회의원 특권을 잘 알리는 말 중 하나가 “대학총장, 장관 등 내가 해본 것 중 제일 좋은 것이 국회의원이더라”는 어떤 인사의 소회다. 연봉(세비) 1억3796만원, 각종 수당 및 지원금 9915만원, 철도·선박 무료 이용, 항공기 1등석 무료 제공, 골프장 회원 대우, 불체포 특권, 면책특권 등 국회의원 특권은 무려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의원 한명을 위해 4급 공무원 2명, 5급-7급 4명, 9급 기능직 1명과 인턴 2명 등 9명을 국비로 둔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누리는 만큼 봉공(奉公) 하는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법 안 지키고 일 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기 중 노상 의석을 비우고, 중대한 예산심의와 국정감사에는 건성이다. 보좌관은 제 인척과 지인을 마음대로 쓰고 때때로 이들은 국가일보다 자기 선거구 관리에 더 정성을 쏟는다고 한다. 당파와 개인을 위해 국정을 요리하는 자들도 있다. 바쁘게 일하는 기업인들을 수시로 불러 호통을 침으로서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이들이 국가를 위해 일한다고? 세종시의 경우를 보라.
박 차기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하든 행복사회를 만들든 국회를 통해 이루어야한다. 국민을 대리해 사회의 자원과 기회를 배분하는 정치가는 최소한 시장의 보통사람보다 사심(私心) 없고 사려 깊은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우리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과 제도를 누가 신뢰하고 의지하겠는가. 그렇다면 국민이 자기이익만을 위해 떼를 지어 무법으로 싸우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새 대통령이 새누리당과 국회의원들이 ‘새정치인’이 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 그의 모든 약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끝으로, 정권의 신뢰를 허무는 것은 권력의 비리다. 역대 정권 치고 ‘인사가 만사,’ ‘친인척 권력비리 근절’을 말하지 않은 정권이 없지만 예외 없이 그 덧에 걸려 말로가 비참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 점에서 제일 자유로울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집단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과거 대원군은 안동김씨 일가 같은 인척 전횡을 근절하고자 친척이 없는 민씨를 고종의 왕비로 삼았지만 나중에 온갖 민씨가 등장하여 나라가 망하지 않았는가. 박근혜 차기 대통령은 이 점을 명심해 임기 내내 이른바 ‘친박’의 권력 사유물화를 원천차단 해야 그의 새 정치와 국민대통합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