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영봉 중앙대 교수
1960년대 일본의 학생운동은 풍속이나 패션으로 여겨질 만큼 막강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전공투는 야스다 강당 극렬투쟁으로 학생과 시민의 혐오를 사고 사회로부터 외면됐다. 결국 이들은 소수 과격화 집단이 되어 요도호를 납치하고 해외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등 자멸의 길을 가게 된다. 도쿄대는 야스다 강당이 불에 탔던 흔적을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폭력집단의 극단적 일탈행위를 후대에 길이 기억시키기 위해서다.
1989년의 부산 동의대사건은 한국판 야스다사건이라 할 만하다. 동의대 총학생회는 원래 입시부정행위 때문에 교내투쟁을 시작했으나 노동절 날 느닷없이 파출소를 습격했고, 사태가 확대되자 전경 다섯 명을 납치했다. 끝내 경찰이 투입되자 시너와 석유를 바닥에 붓고 불을 질러 경찰관 7명을 사망하게 했다. 일본의 야스다 강당 사건과는 달리 이 엽기적 난동행위는 뒤틀린 역사적 판정만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는 동의대 사건 주역 46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격상시켜 명예회복과 보상을 받게 해준 것이다. 또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헌법재판소는 동의대사건으로 희생당한 경찰 유족들이 이 같은 조치의 부당성을 호소하며 낸 헌법소원마저 각하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는 극렬투쟁이 되풀이되고 오히려 고무를 받아 확대 재생산된다. 광우병사태의 경우 우리 국민 다수는 소수집단의 조작에 놀아난 자신을 치욕스러워하고 그 음모자가 다시 준동 못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그러나 MBC의 왜곡방송 행태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사직당국은 이들을 소환조사조차 안 하고 있다. 광우병사태가 진정된 지 반년도 안 돼 작금의 국회의사당 난행사태가 발생했지만 이것도 곧 잊힐 것이다. 현 정치행태로 보면, 민노당 대표를 포함해 시정의 폭력배처럼 난동한 국회의원들, 그 보좌관들은 아무 처벌 없이 넘겨질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는 넘지 못할 선이 없다. 한국사회는 파괴적 소수 정치집단의 광분(狂奔)에서 해방될 면역력이 없는 것이다.
한 사회는 물적 토대로만 형성되지 않는다. 국가사회에는 누구나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가 있고 이를 수호하려는 국민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곧, 지식과 이성 수준, 법률, 도덕과 질서를 건전하게 유지하려는 국민정신이 존재해야 함을 말한다. 국민이 동의대사건, 광우병사태, 국회난동 등 되풀이당하는 유린(蹂躪)에 무감각한 것은 그만큼 국민정신이 마비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국민은 새로운 사회발전을 수용할 수 없다. 비열한 소수 야만집단에 앉아서 당하는 국민은 국제사회에서도 제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현 정권이 우선 정신적으로 강력해져야 한다. 광우병과 국회의 무정부 난장판은 모두 이명박 정권 아래서 일어난 일이다. 이 정권은 상황을 피하고 타협했을 뿐이지 과거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법질서를 세움에 치열하게 나서지 못했다. 국가경영자의 결단력이 훼손됨을 보면 국민은 정권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를 상실하고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탄생한 정권이 국가 운영방향을 단호히 세우고 명백한 범법자를 처벌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향후 국정파괴의 책임자를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는 말은 옳지만 그들은 기억력이 짧고 단기적 인기영합 약속에 쏠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언론과 사회단체들이 국민을 대신해 정치가들의 언행을 모두 기록, 보존해서 때가 되면 적극적으로 투표자에게 알려야 한다. 국회는 이미 18대 의원의 역사적 난동현장을 모두 청소해 버렸다. 그러나 지난 20일간의 국회파괴사건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아 있다. 우리 국민은 이 기록물을 국회 로텐더 홀에 365일 24시간 전시하도록 강력히 꾸준하게 요구해야 한다. 과거 잘못에서 배우지 못하는 국민이 어떻게 선진국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입력 : 2009.01.09 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