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 성장·고용이 시대정신이다 |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최근 여론이 종북(從北)주의를 때리기 시작하자 그간 통합진보당에 합작을 애걸하던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애국가 거부세력과 연대 못한다’며 발빼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이같이 향후 대통령 선거의 이슈는 시류를 따라 변전(變轉)하기 마련이다. 12월19일 대선까지 남은 5개월여는 어떤 변화 수용도 가능한 시간이다. 종북주의자들의 표현을 빌린다면 이런 변화에 ‘변증적으로’ 먼저 대처하는 정당이 12월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을 키울 것이다. 연말 대선은 아직까지 ‘누가 양극화 선동과 복지 공약을 더 잘 하느냐’의 싸움이었다. 이는 당 정강 전문(前文)에 ‘99% 국민을 위한 정당’을 선언하고 ‘보편적 복지가 시대정신’임을 선포한 민주당이 주도하고 새누리당이 허겁지겁 쫓아가는 싸움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양극화-복지담론의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대선 이슈로서의 위상도 흔들릴 여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복지 공급을 통한 양극화 해소는 오늘날 지구촌 전체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복지대륙 유럽에서 끝없이 터지는 경제 파탄과 국민 타락의 경험을 보며 무분별 복지 살포가 국민 행복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를 성장하락, 거대실업, 재정파탄, 국민분열 등 구제 불능의 늪으로 이끄는 길임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영국 총리가, 26일에는 일본 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주택보조·실업수당·연금·무상의료 등의 삭감과 폐기, 소비세 인상 법안 통과를 관철시켰다. 이런 복지국가 궤도 수정 노력이 세계적 조류임을 볼 때 오늘날 한국에만 존재하는 ‘복지 살포가 시대정신’이라는 믿음은 시대착오적 신앙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SBS가 발표한 여론조사는 한국민도 이 엄연한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 응답에서 국민이 선호하는 차기 정부로 보수적 성장 중심 정부(48.7%)가 진보적 분배 중심 정부(41.6%)를 능가했다. 차기 대통령의 능력으로는 경제정책(35.0%)이 양극화 해소와 복지정책(16.5%)을 압도했다. 우리는 80%가 대학을 가는 국민 아닌가. 여론조사지만 이는 국민의 현명한 판단력과 자립·자조의 본성이 아직 생생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우리는 5000만 인구가 10만㎢에 몰려 산다. 날 때부터 경쟁이 필수적이어서 세계에서 국민의 경쟁 능력이 가장 축적된 나라가 될 것이다. 이처럼 국민 에너지가 축적된 국가에 경쟁적·진취적 시장 환경이 마련되면 무한 성장과 수많은 일터 공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복지 분배라는 새장에 가둬 자원을 다투게 하면 개처럼 서로 물어뜯고 갈등하는 국민이 될 것이다. 이는 사회를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로 양분시켜 이득을 보려는 정치집단이 분노와 미끼로 국민을 선동하고 편가르기에 기막히게 좋은 환경을 만든다. 1960~1980년대 이룬 압축 성장은 이런 좋은 에너지를 활용한 본보기다. 이때 이룬 풍요와 자유의 성취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는 그간 정반대의 길을 간 북한과의 비교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좋았던 에너지가 최근 급격히 악성으로 변질되고 있다. 심하게 표현해서 민주화 시대 도래 이후 가장 더럽게 민주주의를 배워 분배와 지역 이기주의에 목숨을 거는 국민으로 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민주주의 국가의 수권 정당이 ‘99%의 정당’ 같은 강령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국민이 아닌 1%는 누구인가. 대기업과 부자인가. 진짜 그런 국가가 태어난다면 1%는 자살하거나 외국으로 떠나야 할 것이다. 국가가 왕따시키는 이들은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그럼 대기업이 만들던 고용·하청·복지재원 등은 어디서 나오는가. 새누리당은 원래 건전한 국민 에너지에 기반을 둬온 대한민국의 정통 보수정당에서 잉태했다. 그러나 근년에 양극화·복지 같은 좌파적(左派的) 담론을 도습(蹈襲)함으로써 스스로 자기 정통성을 부정하고 그 지지 기반을 파괴해 왔다. 최근 국민의 변화는 ‘성장과 고용’이 향후 대선 최대 이슈로 부상할 소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를 정책과 강령으로 구체화해 당의 정권 재창출과 국가 혁신의 기틀로 만들 수 있는 정당인지 국민은 두고 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