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칼럼

[다산칼럼] MBC 파업중단, 그 뒤가 문제다

yboy 2012. 7. 1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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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9 17:35 / 수정: 2012-07-19 17:35
[다산칼럼]

MBC 파업중단, 그 뒤가 문제다

방송의 여론몰이 자정기능 없어…무사안일 정치권부터 각성해야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지난 18일로 MBC 노조가 170일간 이어온 파업을 끝냈다. 노조의 말로는 “여야 정치권이 8월 구성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통해 김재철 사장 해임을 추진키로 합의한 상태라 ‘파업 잠정 중단’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새누리당이 행여 그런 일을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바보 같은 처사다.

MBC는 2008년 광우병 조작방송을 한 방송사다. 당시 PD수첩이 광우병 환자를 조작하고 허위사실을 날조한 일은 언론종사자의 직업정신을 팔아넘긴 더러운 방송행태였다. 이 밖에 북한이 가장 죽이고 싶어 할 KAL기 폭파 진술자 김현희의 거처에 카메라를 들이대 폭로한 일은 언론기관이 살인을 교사한 행위나 다름없는 작태였다.

과거 이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MBC가 언론매체가 아니라 정치적 선동기관이라고 착각한 때문이다. 지금도 이들은 방송의 역할이 ‘선동투쟁’이라고 생각하기에 과거 마음대로 선동조작 방송하던 때로 회귀시키려는 파업에 ‘공정방송 복귀’란 이름을 붙인 것일 게다.

이 MBC 파업은 방송종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이유를 파괴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원래부터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MBC 간판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2%대까지 추락했지만 국민은 MBC 파업에 관심조차 없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MBC 화면을 멀리 하게 된 것은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파업중단’은 사실상 노조가 백기를 들고 투항한 것이다. 5개월여 파업으로 노조원의 피로가 극에 달했다고 하는데 이는 파업자들이 월급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들의 파업 같은 것은 이제 한국에서도 통하지 않음을 깨닫고 좌절한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MBC 사장이 할 일은 이 불법 정치파업자들을 단호히 징계해 다시는 이런 파업이 재연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다름 아닌 여당이 개입해서 노조의 숨통을 이어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처사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MBC노조방송 같은 것은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어쩌다 한 번의 범죄적 조작방송은 나타나겠지만 그 다음엔 이런 오염물을 가차 없이 걸러내는 자정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첫째, 방송사 구성원들 스스로 조작 날조자들을 도려내고 고발해서 수치스런 과거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내 일터도 지키고 언론계에 나가서도 얼굴을 들 수 있지 않겠는가.

둘째, 언론직종 동업자들이 이런 방송인집단을 철저히 응징해 퇴출시키려 할 것이다. 이들과 같은 울타리 안에서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직업 언론인의 수치이고 언론직종을 폄하시키는 일 아닌가. 그러나 우리 언론계는 좋게 말해 비겁하거나 무개념이고, 심하게 말하면 공범자 의식을 가진다. 몇몇 방송사 노조는 동조 파업까지 같이하지 않았는가. 소위 정통 메이저신문들도 적당히 비판하며 뭉개는 지경이었다.

끝으로 국민이 뽑은 정치인들이 이런 범죄를 근절할 법제와 여론풍토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정치가의 역할을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허망한 것이다. 야당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이 사태를 들쑤셔 이익을 볼 생각뿐이다. 여당은 무사안일주의에 중독돼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그저 합의-양보하자는 사람들의 정당이다. 오늘날 좌파의 극성한 선동언론 행태는 그들이 여당의 비겁한 모습을 매일 보고 의기양양한 결과일 것이다.

오는 12월 새누리당의 대선 가도가 얼마나 가파른 오르막길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이 승리했다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야 정당 득표율은 똑같은 48% 동률이었고 20대는 42%, 30대는 45%만 투표했다. 총선과 달리 여야 양자대결의 12월 대선은 야당 성향 청장년세대의 투쟁의지가 총 집결된 여권후보 사냥터가 될 것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좌파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통신은 흑색 의혹과 선동을 폭포처럼 쏟아낼 것이다.

여당의 유일한 무기는 공영방송을 장악해 최소한 ‘균형 보도’나마 하는 것뿐이다. 그런 고달픈 여당이 고사(枯死)지경의 MBC 노조를 구제하려는 무슨 합의를 한다는 것은 실로 ‘천치(天痴)의 행동’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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