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칼럼

[다산칼럼] 자본주의를 위한 소명

yboy 2012. 9.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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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11 17:46 / 수정: 2012-09-11 17:46
[다산칼럼]

자본주의를 위한 소명

사유권 인정…문명 비약적 발전
자유와 번영의 토대 잊지말아야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본주의가 시험된 곳은 어디에서나 성공했다. 사회주의는 시험된 곳 어디에서나 실패했다. 그래서 얻은 교훈은? 더 많은 사회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경제위기를 당해 자본주의는 세계 어디서나 빈곤, 실직, 범죄 등 모든 개인과 사회적 문제의 범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 비판들은 정치가의 ‘더욱 큰 정부’ 약속을 불러오고 결국 자본주의의 변질 및 그 동력의 상실을 가져오게 한다. 금년 여야 대선후보가 거대한 복지약속과 경제민주주의 공약을 쏟아냄으로써 한국 자본주의에도 일대 변환기 도래가 약속되고 있다. 이런 우리 국민에게 지금은 아마도 자본주의에 대한 지식이 가장 필요할 때일 것이다.

역사상 자본주의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지는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인간이 중세시대의 동물적 삶에서 21세기 문명인의 생활을 누리게끔 진보한 것은 거의 자본주의 생산체제의 덕이라 할 수 있다. 고대 동양은 지식과 문명의 생산에 있어 서양을 압도했다. 그러나 서방에 자유인이 출현해 사유재산권과 자유교환의 사회를 성립시킨 이후 동서양의 운명은 엇갈렸다. 서양의 자본 및 시장 인센티브가 발견, 발명, 축적과 혁신을 눈부시게 촉진시킨 반면 전제군주의 토색(討索)체제였던 동양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봉건사회의 미개하고 빈곤한 수준에 그대로 머물렀다. 그래서 동양은 서양의 유린 대상이 되지 않았는가.

인류는 자본주의로 인해 민주주의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을 보유한 시민계층을 배출하고 이들의 소비와 투자가 르네쌍스-계몽 시대 지식, 문화, 예술의 창조와 자유민주주의 사상 태동의 물적 토대가 됐다. 결국 이 시민계층의 경제적 능력이 이들의 자유의지와 정치적 힘을 키워 서양을 민주주의와 다원화사회로 전환시켰다. 따라서 시민의 부 증대가 애당초 불가능한 사회주의 국가들은 당과 수령의 이념만이 지배하는 억압체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의 본성은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거래와 투자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구촌의 수많은 인종이 서로 부딪치고 교류하며 상호 공존하는 방식을 배우는 글로벌 세계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 전쟁과 정복 같은 불행한 역사가 초래되기도 했지만 결국 인류는 가치와 신념이 다른 타국 사람들과 서로 소통 및 배려하고 정의와 인권을 증진하는 방법을 익히며 살게 됐다. 자본주의 경험이 짧아 이런 생활의 개념이 부족한 동양국가들의 인권의식과 이웃 배려는 그만큼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차이, 독일과 일본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수많은 단점을 가짐이 사실이다. 이 중 양극화와 분배 불균형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상처다. 그러나 유산, 재주, 능력, 의지가 다른 수많은 경제인의 활동을 다 같이 수용함이 자본주의질서의 원리(原理)며 힘이다. 따라서 각자가 다른 부를 만들고 거두어감을 인정하고 이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인간적 삶과 사회적 통합을 확보하고자 복지국가정책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과거 자유기업 자본주의체제는 포지티브 섬(positive-sum)을 생산해왔다. 21세기 가난한 자는 백년 전 평균 소득자에 비교할 수 없이, 오늘날 남한 서민은 북한사회주의 인민의 평균 삶에 비교할 수 없이 풍족할 것이다. 만약 자본주의가 그 상처 치유를 위해 몸체를 불구화시킬 정도로 극약처방을 한다면 이 자본주의의 생산기능은 심각하게 손상돼 네거티브 섬의 체제가 될 것이다.

1948년 자본주의 자유시장체제의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래 우리는 세계 최악의 빈곤-미개국가의 하나에서 오늘날 전 세계가 경이하는 자유와 번영의 나라로 발전했다. 그러나 똑같은 민족의 나라인 북한은 공산주의를 택해 아직도 세계 최악의 빈곤-굴종 국가로 남아있다. 이는 우리 한민족이 어느 체제보다 자본주의 아래서 가장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는 국민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국민의 자본주의 의식은 그 물질적 수준에 훨씬 미달해 오늘날 자신의 체제기반이 흔들림에도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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