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국회, 세종시수정안 국익차원 논의하라
세종시 수정 관련 5개 법안이 드디어 23일 국회에 제출됐다. 향후 국회는 이 법안들을 국회법의 절차에 따라 심의, 의결하여 세종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세종시 수정법안은 국가 행정 기능을 두 도시에 양분하느냐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 백년대계 의안(議案)이다. 이런 중차대한 국가 현안에 국민을 대신해서 올바른 결정을 해달라고 국회의원을 뽑고 비싼 세비, 보좌관, 비서, 운전기사, 1등석 비행기표, 기타 막대한 세금과 특권과 경의로써 예우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수정안 발표 이래 지난 70일 동안이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이들이 진정한 ‘국회의원의 자세’로 새 법안을 다룰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우선, 정책을 책임지는 집권당이 두 쪽으로 나뉘어 반목하는 상태라 여당이 과연 이 법안의 처리 방향이나 마련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친박측은 정부 법안은 논의할 생각이 없고 그저 ‘출구전략’ 마련에나 관심이 있다고 한다. 또 야당은 만약 상정된다면 ‘무조건 부결 처리’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이 그저 한가지 결론만 절대 불가침으로 고집하면서 국가 대사를 논의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존재 이유가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친이든 친박이든 국회의원이라면 당면 국가적 현안인 세종시 문제만큼은 정략(政略)과 사심(私心)을 떠나 오직 양심과 신념에 비춰 국리민복을 논의하고 판단해서 신성한 국민의 대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세종시 수정법안이 담고 있는 두 가지 제안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먼저, 정부 이전의 백지화다. 바로 이것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는 주목적이다. 그동안 대통령·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공무원을 두 도시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야기될 정치·행정·경제의 비효율은 무수히 거론됐다. 반면 원안 고수파들은 국가 균형발전이 중요하니 이런 비용은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모든 논리는 사실과 허구, 과장과 폄훼를 담고 있다. 지금 세종시 문제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단견이나 색안경 때문이다. 다음으로, 교육·기업도시, 국제과학비즈니스 지구 등 관(官)이 선물 패키지를 주어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다. 과학·교육·기업 기능을 가진 새 계획은 분명히 원안에 부족한 세종시의 자족 기능을 증대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 선물의 근본적 의미는 충청도에 행정부 이전을 포기시키기 위한 비용 지불이다. 행정부 이전은 직전 정부 때 충청도에서 ‘재미 좀 보기 위해’ 정치인들이 충청도에 약속한 선물이다. 현 정부는 이것이 나라를 망치는, 말도 안되는 선물이라고 판단해 충청도에 다른 선물을 대신 주자는 제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 세종시 선물 비용은 그간 야당과 충청도의 저항, 거기에 여당 내 친박 진영까지 반대에 합세해 나날이 증가하게 됐다. 이제 이 수정법안 처리를 끝으로 국민분열, 국력낭비, 정치오염의 표본이다시피 한 세종시 문제는 마무리돼야 할 것이다. 그 마무리의 결론이 정파적·정략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 차원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오늘날 중요한 것은 이 법안에 대처하는 여야 의원들의 자세다. 국회의원이 된 이상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성실히 검토하고 토론할 의무가 있다. 일부 의원들은 과거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가 중요하므로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토론조차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는 이제 과거의 잘못된 약속이나 결정을 절대 고칠 수 없는 것인가. 이런 국가 기관을 어떻게 민주주의 기관이라 칭할 수 있는가. 지금 국회의원들은 세종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의 민주주의에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
기사 게재 일자 2010-03-24 13:37 |
'문화일보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럼> 세종시 수정, 결코 포기해선 안된다 (0) | 2010.06.16 |
---|---|
유럽發 재정위기와 6·2선거 선심 공약 (0) | 2010.05.13 |
<포럼>법치 부정하는 노동운동 탈선현장 [오피니언 | 2007-08-01] (0) | 2007.08.01 |
<포럼>국가와 정치의 발전 위한 대선으로 [오피니언 | 2007-05-17] (0) | 2007.05.17 |
<포럼>한국경제 주저앉고 있는가 [오피니언 | 2007-03-13] (0) | 2007.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