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7.12 23:15
- ▲ 김영봉·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진정한 비정규직 보호? 정규직 과잉보호부터 없애
라노동시장이 유연해야 된다
민노총과 민주당은 이것을절대 인정 못할 것이다
국정 책임자들은 언제까지 합의를 구걸할 것인가
얼마 전 필자가 사는 아파트 부녀회에서 경비원의 월급을 올려주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를 전해 들은 경비원들은 놀랍게도 "월급을 올리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월급이 높아지면 젊고 힘센 구직자들이 몰려올 것이니 그저 낮은 월급을 유지시켜 나이 든 우리들이 쫓겨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가르친다. 첫째, 고용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조건이 맞물려질 때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경쟁적 노동시장에는 해마다 불리한 조건에도 일하려는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다. 둘째, 이는 그동안 정규직 노조의 요구가 증대해서 고용자들이 정규직을 줄였기 때문일 것이다. 30년 전에는 큰 회사나 기관의 경비원, 운전기사, 청소부들도 대부분 정규직이었다. 셋째, 만약 아파트에도 정규직 고용만 강요하면 부녀회는 차후 경비원들이 방만해지고 임금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이 꼴이 보기 싫고 예산도 한정된 부녀회는 정규직 재계약을 최대로 줄이거나 포기할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명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증대에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쓴 가면을 벗겨야 진짜 수혜자와 피해자를 알 수 있다. 첫째, 이것은 진정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것인가? 법은 일부 선택받은 정규직 전환자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계약직들이 해직되고 아파트 주민은 값싸고 친절한 경비서비스를 잃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 이 법은 입법 당시부터 '비정규직 해고법'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차라리 '정규직 보호법'이라 이름 지어야 보다 마땅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둘째, 비정규직은 잘못된 고용인가? 비정규직은 원래 외국에서는 다루지도 않고 통계도 없는 용어인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아래서 '정규직 아닌 근로자'를 묶는 개념으로 창조됐다. 비정규직은 '비정상적 고용'이라는 뜻이 비치고 따라서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부추긴다. 그러나 계약의 자유를 허용하는 시장경제에는 무수한 고용자, 피고용자 및 고용형태가 존재하고 계약기간도 다양함이 정상(正常)이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고용자를 구속시키는 정규직 계약이 특권적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장현실을 왜곡하는 법은 처음부터 실패를 담보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법"이 된다.
셋째, 추미애 위원장은 "악덕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안 시켜준다"고 화냈다. 과연 누가 악덕기업인가? 기업은 국가가 정한 법·제도의 틀 안에서 수익을 위해 사업하는 조직이다. 그들이 오직 경쟁만을 생각해 원가를 줄이고 생산성과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생산, 투자, 고용을 증대하고 재정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본분을 잃고 노조와 사회단체의 요구에 휩쓸리다가 결국 망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 현대자동차가 임금을 올리면 그 하도급기업 임시직의 임금이 적어지고 쌍용차 노조가 구조조정을 거부하면 20만 하도급 업체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정규직만 과보호해서 비정규직을 쥐어짜고 실업에 몰아넣는 기업이 정말 악덕기업 아닌가?
넷째, 민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 편인가? 비정규직법으로 야당과 노동계는 도무지 좋은 선물만 받는 것 같다. 앞으로 비정규직의 40%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60%가 해고된다고 가정하자. 40% 행운의 정규직에 이들은 "내 덕에 정규직 됐다"고 공치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60% 탈락자에게는 이제 투쟁만이 남았다. 야당과 민노총에 달려가 봤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으므로 결국 정부와 여당에 몰려가 요구하고 싸울 것이다. 민주당과 민노총의 과거행태를 보면 이렇게 사회 불만세력을 키우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표라는 의심을 가지게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비정규직문제는 그간 엉뚱한 자들이 요리해 온 것이다. 대기업 노조들은 그간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며 비정규직 노조가입을 반대했다. 기업들이 정리해고 때 노조원은 못 건드리고 비정규직만 자르므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보호막'으로 계속 남아 희생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노조집단이 어떻게 비정규직을 대표할 수 있는가?
진정한 비정규직 보호는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 규제부터 없애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한국의 기업, 투자 및 고용여건을 호전시키며, 동시에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민노총과 민주당은 이런 사실을 절대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이런 야당과 노조에 언제까지 합의를 구걸할 작정인지 실로 한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