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자체장 포퓰리즘 막아야한다-

‘다시 등장한 정치 포퓰리즘’ 김영봉 교수 정치판 포퓰리즘이 이제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은 저소득 가정의 미취업자 3,000여명에게 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앞서 성남시장 이재명은 19~24세의 성남시 거주 청년 모두에게 연간 100만원씩 ‘청년배당금’을 무조건 주겠다고 선포했다. 대전시 대덕구는 ‘장수축하금’, 고양시는 ‘효(孝)수당’을 준다는 등 끝이 없다. 이렇게 한국의 포퓰리즘 정치는 일개 기초단체장까지 무슨 어버이수령이라도 된 양 국가 돈을 주민에게 마구 뿌리는 지경에 왔다. 국고를 자기주머니로 여겨 국민에게 인심 쓰는 행태는 가장 저열(低劣)한 포퓰리즘 정치수법이며, 유권자 매수행위에 해당할 것이다. 청년들에게는 자립의지를 죽이고 장래 거지로 키우는 미끼가 된다. 박원순 시장은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청년들의 고통을 제대로 아는가, 현장에 20여일이라도 가보고 그런 말씀을 하라”고 소리쳤다. 이 같은 감성적 언사는 포퓰리즘 정치가로서 그의 탁월한 자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취임 첫날부터 초등생 전면무상급식, 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서울시와 산하 기관 비정규직 2,800명의 정규직 전환 등 시민집단에 대한 시혜(施惠)정책을 거침없이 단행한 바 있다. 그해 박 시장은 동국대 학생들에게 “등록금 철폐투쟁은 왜 안하나? 감옥에 꼭 가보라”는 연설도 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박시장 같은 여야의 이른바 대권후보들을 얼마나 더 보게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포퓰리즘은 국가의 여러 병증 중 가장 못된 ‘망국(亡國)의 병’이다. 이 병에 한번 잡히면 국민은 다시 헤어나기 어렵다. 로마, 아르헨티나와 같이 역사적으로 이 병이 창궐한 나라마다 망했다. 포퓰리즘 정치가들이 얼마나 빨리 나라를 거덜 낼 수 있는지 우리는 그리스의 경우를 통해 볼 수 있다. 1981년 EU 회원국으로 가입할 당시 그리스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5%, 재정적자 3%, 실업률 2~3%, 1960~70년대 GDP증가율은 평균 7%를 넘었던 유럽의 경제 우등국가였다. 그러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결성한 급진좌파정당 범그리스 사회주의운동당(PASOK)이 집권하면서부터 그 운명은 반전(反轉)한다. 미국 하버드대의 경제학교수이기도 했던 그가 총리취임 후 처음 한 말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였다. 이후 노동자임금과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고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전 계층으로 확대됐다. 그리스 국민은 퇴직이후 자신의 최고연봉의 95%를 받는 '연금천국’이 되어 근로의욕과 직업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모두 빨리 퇴직하고 공무원 같은 연금 급여자가 되기만 바라는 저열한 국민이 됐다. 오늘날 그리스 총 인구의 23%인 260만 명이 연금생활자이며 국내총생산의 12%를 연금지불에 쓰고 있다. 기업은 임금상승, 엄격한 해고 제한, 각종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의 증가에 따라 투자와 고용을 회피하고, 선박, 화학, 섬유, 가전 등 1980년대까지 그리스가 수출을 주도하던 산업들은 모두 무너졌다. 현재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관광과 해운업에 의존하며 제조업은 거의 무너졌다. “올리브의 나라 그리스가 올리브 열매를 수출해 올리브 가공품을 수입한다”는 기막힌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복지·연금의 폭발과 기업도산이 거대한 실업사태를 불러오자 파판드레우 정권은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확대했다. 국가재정으로 공무원을 늘리고 이들은 정권의 지지세력이 되는 상승작용이 계속되어 오늘날 인구 1,100만 명 중 공무원이 98만 명에 이른다. 1980년 GDP의 29%였던 정부지출은 2009년 53.1%에 달하고, 그 중 75%가 공공부문 임금과 복지지출로 나간다. 1981년 GDP의 28%였던 국가부채는 2014년 말 177%(3240억 유로)로 증대되었다. 오늘날 그리스는 계속되는 국제금융기구의 구제금융에 기대어 국가부도를 막고 있다. 2008년 위기 이후 임금은 40% 하락했고, 연금은 45% 삭감되었으며, GDP는 25%나 감소했다. 금년 1월 그리스의 실업률은 25.7%. 청년실업률은 50.1%에 이른다. 그리스의 국가기관은 섬을 판다고 하고 여의사 같은 여성들이 매춘에 뛰어들고 시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나라가 이렇게 거덜 나도 국민은 사회당 정권에 열광하여 계속 집권시켰으며 2009년에는 안드레아스의 아들 게오르기우스 파판드레우를 집권시켰다. 포퓰리즘 병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대세 하강기에 진입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잠재성장률, 고령화 등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에 있고 간판기업들의 경쟁력과 수익능력은 우려스럽게 떨어지고 있다. 지금처럼 포퓰리즘 정치가 이 과정을 가속시킨다면 국민은 아마 10년 안에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고시(考試)처럼 어려운 기업 취업을 ‘뉴 노멀’로 맞이할지 모르겠다. 포퓰리즘 정치는 정부와 정치가의 역할과 권력을 키우기 때문에 정치가가 손을 못 떼는 것이다. 이 정치가들은 복지정책의 최대수혜자로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형 집단의 의사는 존중하지 않는다. 이들은 시끄러운 복지 요구자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결과, 국가사회 변화의 주도세력이 생산적 집단에서 의타적 집단 및 이들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리해서 능력과 성실을 갖춘 자는 무시되거나 담세로 역차별 받음으로써 공동체의 건강과 발전에 기여하는 집단이 사회에서 퇴화하는 정치·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민주주의국가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 만들어나가는 나라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에 포퓰리즘 정치가 창궐하는 것은 국민이 제역할을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 여론 선도의 책임을 가지는 언론, 지식인 등은 저열한 정치가들을 탓하지 말고, 그들을  치열하게 공격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과 비겁을 탓해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