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포럼> 제조업 어닝쇼크와 시급한 규제완화 |
김영봉/세종대 석좌 교수·경제학 최근 대한민국의 간판 산업들인 삼성전자·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의 지난 2분기 어닝쇼크 영업 실적이 공개됐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상장기업 이익의 절반을 벌어들인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7조2000억 원에 그쳐 지난해 동기보다 24.5%나 감소했다.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13.3%가 줄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1조1037억 원, 197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조 단위 영업적자를 봤다. 올해 원화의 갑작스러운 고평가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매출·이익 실적이 낮아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그러나 향후 환율 여건이 특별히 나아질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의 대표 산업들이 지금 휘청거리는 모습은 위태해 보이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이 이 정도로 취약한 존재라면 다른 무수한 대·중견기업·중소기업 제조업체들이 앞으로 처할 위난(危難)은 어떠할 것인가. 그간 우려하던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의 붕괴’가 드디어 임박한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적 하락의 내면을 보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 1년 간 세계시장 규모가 23% 이상 늘고 ‘갤럭시 S5’를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 25.2%로 지난해 32.3%에서 7.1%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중국의 화웨이와 레노버의 점유율이 6.9% 및 5.4% 올라 빠르게 삼성의 시장을 잠식하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의 기록적 실적 하락은 중국의 저가 수주에 선박을 빼앗긴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0년대 내내 세계 1등을 자랑하던 한국 조선업은 2012년부터 선박 수주량·건조량·수주금액 등에서 모두 중국에 밀리고 있다. 현대차는 원화 가치 상승으로 국내외에서 모두 외국 차종과 악전고투하는 와중에서도 특권 노조에 끌려다녀 자멸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9400만 원으로 5년 간 40% 가까이 올랐는데도 노조가 이번 8월에 9일 간 여름휴가를 즐긴 후 파업투표를 하겠다고 한다. 2000년 이후 현대차는 해외 공장만 잇달아 설립했을 뿐, 국내 공장 증설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삼성 현대 등 우리의 글로벌 기업은 모두 제조업체다. 흔히 “모든 산업의 기반은 제조업이며 제조업이 바로서야 다른 산업 분야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31%(2012)를 생산, 세계에 제조업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이에 부응하는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생산을 유발한다. 오늘날 중국 등 중진국들의 생산 기반 강화, 기술 발전의 속도는 눈부실 지경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독일·일본 등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적 산업 창출을 위해 과감한 제도 개혁과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이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세계시장에서 고사(枯死)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며, 우리는 아마 지금 그 경고를 보는 것일 게다. 최경환 경제팀이 내년까지 40조 원 이상의 재정과 금융 자금을 퍼붓겠다는 공격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들고 나왔다. 대체로 가계소비 확대와 서민경제 회복에 역점을 둔 조세금융 정책 조합으로 정부의 단호한 의지에 시장이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기세가 충만해야 투자와 혁신이 일어나고 이어 고용과 소득도 창출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한국경제의 성장과 복지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제조업을 비롯해 모든 기업이 스스로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정치권·지자체·관료들이 지역·업종·규모마다 설치한 모든 규제를 풀어야 기업이 마음대로 뛸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금 국회엔 무수한 규제 개혁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런 사회에서 ‘제조업 강국’의 존속은 허망한 꿈에 불과할 것이다. | |||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문화일보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럼>전면 무상급식, 再考할 때다 (0) | 2014.11.06 |
---|---|
<포럼>국회의원들 歲費 자진 삭감하라 (0) | 2014.10.01 |
<포럼> ‘中企 적합업종’ 폐지 빠를수록 좋다 (0) | 2014.06.13 |
<포럼>시장 진입 제한은 强小기업의 敵 (0) | 2014.03.31 |
<포럼>‘대기업 경제력 집중’은 통계의 오류 (0) | 2014.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