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전면 무상급식, 再考할 때다

yboy 2014. 11. 6. 14:17
기사 게재 일자 : 2014년 11월 06일
<포럼>
전면 무상급식, 再考할 때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엊그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내년부터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경남도교육청이 도청의 감사를 받든 말든 내년부터는 무상급식 보조금을 전면 중단하고 “해당 예산은 서민 자녀들의 교육 보조비로 편성해 직접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홍 지사의 결정은 선출된 광역 지자체장이 처음으로 ‘질주하는 대한민국 무상 기관차’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결단’이 될 수 있다. 이후 도내 기초지자체들이 잇달아 경남도의 결정에 공감하고 ‘도의 예산 편성 방침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건전한 지자체 움직임의 기폭제가 된 홍 지사의 결정이 향후 행여 번복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실상 ‘무상(無償)급식’이란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속이기 위해 지어낸 말일 뿐이다. 원래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가난한 아이들이 눈칫밥 먹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모든 학생에게 공짜 밥을 먹이겠다는 사상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는 당시 초등학교 5~6학년의 무상급식 예산 816억 원을 만들기 위해 학력 신장, 유아·유치원 교육 지원, 사교육비 절감, 장애아 특수교육, 외국어 교육, 과학교육 등 도교육청 예산을 사정없이 자르고 폐지했다.

무상급식 예산은 무상급식이 착수된 2010년 5631억 원에서 올해 2조6239억 원으로 5년 간 무려 4.66배 늘어나는 등 해마다 폭증하는 속성을 보여 왔다. 그만큼 학교시설 개·보수예산이 줄어들고 교사와 교육의 질 추락으로 치르는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低)소득층 아이들을 보살필 예산 역시 축소되는 운명을 면할 수 없다.

서울시의 경우 무상급식 예산은 2011년 1224억 원에서 올해 2630억 원으로 2.14배가 증가했으며, 그 일차적 충격을 지금 새내기 예비교사들이 받고 있다. 늘어난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명예퇴직 예산이 80%나 줄어 나이 든 교사가 퇴직을 못해 그 2~3배나 많은 젊은 교사가 임용을 못 받은 것이다. 지난 3월 신규 인사에서는 초등학교 임용고시 합격자 990명 중 38명만 발령을 받고 나머지 예비 교사들은 무더기로 대기 발령을 받았다.

서울의 환경 개선 예산은 무상급식 전에 교육청 예산의 약 10%를 차지해 왔으나 무상급식 4년째인 올해에는 1.1%인 801억 원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학교는 불안전하고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곳이 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오직 같이 먹는 일만을 위해 학생도, 서민 학부모도, 퇴직 못하는 교사도, 새내기 예비교사도 거대한 희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공짜(무상)급식이 어디에 있는가. 이는 ‘국민 혈세(血稅) 급식’이나 ‘교육을 해치는 급식’으로 불러야 더 적절할 것이다.

공짜는 부자든 빈자든 누구나 좋아하게 마련이니, 현재 정치인들은 무상 약속을 무상보육·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으로 무한 확대하는 중이다. 그러나 ‘지원이 절실한 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복지’가 온 세계에서 통하는 상식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가 확대될수록 그 비용은 더욱 늘어나 국가, 국민·기업의 몸과 정신을 다 같이 황폐화하는 반면 어려운 계층에 돌아갈 복지 자원은 오히려 궁핍해지는 기막힌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이런 계제에 나온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은 앞으로 우리의 망국적 무상복지 확산에도 제동이 걸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사건이다. 전면 무상급식은 지금이라도 재고(再考)해야 마땅하다.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