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무상大亂과 정치권의 結者解之 책임

yboy 2014. 12. 2. 17:45
기사 게재 일자 : 2014년 12월 02일
<포럼>
무상大亂과 정치권의 結者解之 책임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여야가 끝내 야당이 새해 예산안 심의를 보이콧하면서 요구하던 누리과정 예산 내년도 순증액을 전액 국고 지원키로 합의했다. 누리과정 예산(3∼5세 보육료 지원)은 내년부터 법적으로 시·도 교육청이 모두 부담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부의 다른 사업 예산을 증액시키는 편법을 동원해 예산을 챙겨줌으로써 향후 정치권이 떼를 쓰면 국가 예산을 문란케 할 또 하나의 방편이 생겼다.

이른바 무상복지 재정은 지금 바로 터질 폭탄과 같다.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 3조9284억 원으로 2011년과 비교해 4배나 증가했는데, 내년에 또 5233억 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원래 소득 하위 70% 이하 만 5세 아동에게만 지원하던 것을 정치권이 ‘모든 누리과정, 모든 계층’으로 확대한 결과다. 현재 0∼5세의 시설 보육료는 최소 월 22만 원에서 최대 75만여 원까지 지급되고, 가정에서 돌보는 0∼5세에게는 월 20만∼10만 원의 양육수당이 지급된다. 보육료와 양육수당 예산은 2011년 4조1033억 원에서 올해 10조3546억 원으로 폭증하는 중이다.

무상급식 예산은 2010년 5631억 원에서 올해 2조6239억 원으로 무려 4.7배 늘어났다. 그만큼 다른 교육예산이 잘려 학교시설 개·보수 예산이 줄어들고 교사와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저(低)소득층 아이들을 보살필 예산 역시 줄어드는 운명이다. 학교급식의 질 저하도 피할 수 없어 어린이들이 억지로 밥을 먹거나 버려 무상급식 잔반 처리 비용이 연간 14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따라서 중앙정부·교육청·지자체 모두가 재원 마련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당장 부족한 예산을 다음 해 예산에서 끌어 쓰고, 지방채도 발행하는 등 나라 살림을 마치 주먹구구 서민 살림처럼 임시방편으로 조달하고 메우는 셈이다. 현 무상복지 구조로는 앞으로도 매년 이 소동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갈수록 국가재정 상태나 규율이 무너질 건 분명하다.

그 주범은 정치권이다. 무상공약의 깃발은 원래 야당이 처음 들고 나와 재미를 봤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여당도 기초노령연금·반값등록금·누리과정 등을 동원해 야당과 본격 무상공약 경쟁에 나섰다. 향후 필연적으로 닥칠 재정 파탄은 무수히 경고됐지만 선거에 눈이 먼 대통령 후보자와 국회의원, 정당 들이 모두 이를 외면했다. 따라서 올해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부족해져 복지재정 파탄이 일찍 난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 모르겠다. 이런 저급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상복지 대란(大亂)은 그 원인 제공자인 정치인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지금 무상복지주의자들이 무수히 많고, 야당은 아직도 부자 증세나 법인세를 인상해 오히려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복지는 원래 필요한 사람, 가난한 사람에게 가야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재원도 없는데 빚을 내서 후대가 먹을 것을 긁어내 지금 나눠 먹자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 글로벌 기업 경쟁시대에 기업을 짜내면 그만큼 기업은 경쟁력을 잃어 실업·저성장·세수(稅收) 부족을 일으키고 경제 쇠락의 길을 재촉할 것이다.

얼마 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소득 상위 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66%에 달했다.정치인들도 이제 우리나라가 ‘망국적 무상(無償)잔치’를 먼저 접겠다는 정당에 집권의 기회가 커지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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