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의 부담을 알리는 게 선배세대의 의무다.
-김영봉 2019-10-25
지난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9~28년 중기재정전망'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28년 1491조원에 달하고,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5.9%에서 56.7%로 치솟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관이 작년 말 발표한 '2019~50년 장기 재정전망'에서는 2028년 국가채무가 1130조원이었다. 불과 10개월 만에 9년 뒤 국가채무를 361조원이나 늘리는 새 재정전망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내년예산의 대폭인상을 포함해 2023년까지 복지 분야 의무지출을 연 8.9%씩 늘리는 재정계획을 국회에 새로 제출함으로서 거대하게 불어난 재정적자를 메꿀 새 재정전망이 필요해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얼마나 더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하간 위의 장기전망에 의하면 국가채무비율을 40%(올해 38.4%)로 유지할 경우, 국민 1인당 세금부담이 현재 1034만원에서 2040년에 3024만원, 2050년에는 4817만원으로 증가돼야한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납세인구는 줄고, 경제는 년 2% 성장, 재정지출은 매년 6.5% 증가할 것을 가정한 계산이다. 이리되면 20년 후 세 배, 30년 후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날 세금은 모두 지금 청장년세대가 부담해야할 몫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예산을 513.5조원으로 늘려도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지 않아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현실을 무시한 말이다. 첫째, 한국은 공기업이 정부를 대신해서 국가사업을 수행하고 거대한 적자도 대신 떠안는 나라다. 2016년 12조원 영업이익을 내던 한국전력은 탈원전 정책을 떠맡은 이래 년 2조원 적자를 내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렇듯 한국공기업들은 기업의 목적보다 국가정책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도구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부채는 정부의 부채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이런 공기업이 없거나 아주 적다. 반면 한국의 공공기관 부채는 2018년 504조원에 달해 GDP의 26.6%나 되었다. 이 부채는 국가채무로 간주함이 합당하며, 이 경우 외국의 국가채무와 비교할 한국의 2018년 국가채무비율은 35.9%가 아니라 62.5%가 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둘째, 한국은 인구노령화가 세계 최고로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로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공무원·군인연금 등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 기금들은 모두 급격히 고갈되고 있으며 향후 부족분이 발생하면 정부가 메워야 한다.
지난 4월 정부는 위 기금 중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만을 계상한 ‘국가부채’를 발표했는데 2018년도 1700조 원에 달해 GDP의 90%에 이르렀다. 여기에 504조원의 공공기관채무를 합하면 한국의 국가부채는 2204조원, GDP의 116%가 된다. 이것이 오늘날 외국의 국가채무와 비교할 수 있는 우리의 현실적 국가채무지표가 되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앞으로 우리 국가부채에는 건강보험·국민연금 충당부채도 추계 산입해야 마땅한 것이다.
한국경제든 어느 경제든 민간투자나 소비지출 증가가 크게 부족할 경우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적자재정정책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재정적자는 다음 호경기 때 세금증대와 정부지출 감소를 통해 환수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가 년 6.5%씩 주구장창 재정지출을 늘려가며 년 2%밖에 성장을 못해간다면 30년 뒤 나라꼴이 어찌되겠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선 후 정부예산은 2017년 401조원에서 내년 514조원으로 3년간에 무려 25%를 늘려놨으나 내년까지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은 도합 8%도 되지 못한다. 이 정부는 이것으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창출에 퍼부은 국가돈은 아무 역할도 못했다. 오히려 정권의 국가재정만능주의가 수많은 반기업·반시장 규제, 시장경제 토양악화 등을 불러와 기업포기·탈출, 양질일자리 파괴 등 거대한 해악만 끼쳤다. 정상적 정부였다면 30년 뒤 5배 세금부담증대사태도 안 일으킬 것이다.
문 정부 국정지지율이 39%로 내려간 지난 갤럽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경제-민생문제 해결’이 꼽혔다. 국민이 드디어 이 정권의 급소인 무능한 경제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청년세대에게 그들의 미래부담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오늘날 많은 노인혜택을 입는 선배세대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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