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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그럼에도 복지 포퓰리즘 막아야 |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 경제학 지난주 주민투표 이후 민주당은 “서울시민이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선택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29일에는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에다 반값 등록금을 합친 이른바 ‘3+1 복지 플랜’을 실현하기 위해 매년 평균 33조원의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보편적 복지라는 시대정신을 위해 새로운 국가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투표가 증명한 것은 민주당이 ‘투표함 개함’을 막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뿐이다. 주민투표 직후 실시된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단계적 무상급식 지지(56%)는 전면적 무상급식 지지(38%)를 단연 압도한다. 따라서 민주당은 정정당당한 투표 대결을 기피하고 투표 배척이라는 사술(詐術)을 선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민주 시민의 기본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나쁜 것’이라고 모독하는 선동까지 저질렀다. 8·24 주민투표에서 시민의 25.7%, 215만 9055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이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을 주장한 곽노현 교육감의 득표보다 70만표나 많았다. 이 투표 결과는 오히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과잉복지 논의를 시작하라는 ‘서울시민의 명령’으로 해석함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국민을 현혹하는 ‘보편적 복지’는 무차별 복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은 어떤 사실에 근거하는가. 한국 좌파들의 주장과 달리 오늘날 세계의 시대정신은 ‘국가채무, 초(超)긴축, 과잉복지의 탈출’이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스웨덴, 기타 모든 복지 선진국은 현재 그들이 빠진 적자재정과 과잉복지 체제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야당이 본받자는 유럽형 복지 모델은 유럽에 베이비붐 세대가 쏟아져 나오고 은퇴자는 평균 60세 전후에 죽어 재정 및 기금 고갈이 걱정 없을 때 도입된 것이다. 이후 유럽 각국의 재정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게, 조세부담률도 40 ~ 50%로 팽창하게 됐다. 이는 투자·고용·납세를 담당할 민간부문을 질식시켜 오늘날 제로 경제성장률, 실업률 10 ~ 20%, 청년실업률 20 ~ 40%가 흔한 모양새가 됐다. 한국의 오늘날 사정은 이런 유럽과 놀랍게 일치한다. 1970년대 말 정부가 국민복지체계를 설계할 당시 한국인 평균수명은 65세를 넘지 못해 수십년간 세금만 내고 은퇴 후 곧 사망할 것이 예상됐다.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2008년 11%)이나 국가부채 비율(36%)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달하므로 복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그때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튼튼하다는 재정구조가 거대한 복지 광풍 앞에 어떤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은 2010년 말 35조원이던 건강보험 지출액이 2050년에 623조원으로 18배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추세라면 건보 지출은 40년 뒤 GDP 대비 21.7%까지 치솟고, 건강보험료는 개인소득의 38.2%까지 오를 것이라고 한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은 국가채무 통계가 과소평가돼 있어서 국제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07년 정부 발표 국가채무 298조9000억원(GDP의 33.2%)이 690조5000억원(76.7%)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의 보고서는 2005년 8.0%이던 GDP 대비 복지지출이 2050년에는 45.6%로 증대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16.4%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민과 국가의 미래 살림을 파탄내는 이 중요한 논제를 어떻게 불발된 주민투표 하나로 종결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어떤 국가전략을 요구하는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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