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한·미 FTA 再재협상론의 허구

yboy 2011. 8. 10. 16:47

 

문화일보 포럼 2011/08/10 15:12

기사 게재 일자 : 2011년 08월 10일
<포럼>
한·미 FTA 再재협상론의 허구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 경제학
지난주 말 미국 의회 지도부는 대선 정국이 임박했음에도 국익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3개 FTA의 9월 표결에 합의했다. 이로써 미국에서 한·미 FTA 비준은 확실해졌지만 한국의 야당은 아직도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중이다. “FTA 법안처리보다 이익이 깨진 한·미 FTA의 재재협상이 선행돼야 하니 지금부터 민주당의 ‘10+2안’으로 ‘재(再)재협상’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목적이 단순히 재재협상에 그치는 것인가. 최근 천정배 의원은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에 ‘한·미 FTA는 양국에 공멸(lose-lose)’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FTA는 “양국의 일자리 창출과 관계 증진에 도움이 안 되며,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니 미 의회는 기필코 한·미 FTA를 철폐하라는 글이다.

천 의원은 야당이기 전에 대한민국 사람인데 어찌 이런 글을 미국에까지 보냈는지 놀랍다. 교역 증진이 당사국 모두에 손실을 끼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한국은 물론 미국의 기업행위까지 악덕으로 내모는 글이다. FTA가 미국에 손해를 끼친다면 상식적으로 한국이 그만큼 무역과 고용의 이득을 얻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극도로 싫어하는 민주당이 미국의 이익부터 챙기고 한·미 FTA를 거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가져올 양국 간 경제적·방위적 유대강화 효과나 현 정권이 얻을 정치적 이익이 싫어 FTA를 깨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FTA 재협상으로 이익균형이 깨졌다는 부분은 자동차 분야의 양보다. 그러나 한국은 대신 축산물과 의약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 당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또한 피해 대상자인 완성차·부품업체들은 이로 인해 오히려 미국의 FTA 비준이 용이해졌음을 반겼고 지금도 오직 조속한 비준만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재재협상 10개 항목 중 첫째는 쇠고기 관세의 10년간 유예 등을 관철해 또다시 이익균형을 맞추라는 것이다.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됐는데 민주당은 경제주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이번에 새로 삭제와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을 비롯해 무상급식, 중소상인, 의약품, 금융 및 자동차 세이프가드, 서비스시장 개방 방식, 역진불가 등 각 분야에서의 수정 요구는 거의 비현실적이어서 2007년 민주당 정권이 모두 합의해준 내용이다. 그때 민주당이 합의 처리하고 이제 와서 다시 협상하자는 건 FTA를 뒤집자는 주장과 같다. 또 ‘+2’로 제안하는 통상절차법 제정과 무역조정지원제도 강화는 차후 국회가 합의 이행할 문제지 지금 발목잡을 일이 아니다.

지난 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은 향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5.66% 증가, 일자리 35만개 창출 등 한·미 FTA의 효과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FTA의 이익은 너무 명백하며, 특히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큰 수혜가 돌아간다. 7월1일 한·유럽연합(EU) FTA의 발효 이후 국내 자동차의 EU 수출은 84%나 급증했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기계부품, 석유제품, 섬유, 조명·영상기기 등 수출 상담에서 벌써 가시적 성과가 나타난다고 증언한다. 유럽산 냉동삼겹살 가격은 국산 냉장삼겹살의 40% 수준이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산 와인 가격이 13 ~ 15% 인하됨에 따라 미국산과 칠레산 와인도 5% 정도 떨어졌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그간 영리의료법인 실현, 서비스산업 개방 등 소비자 이익과 고용창출에 기여할 일을 이룬 바가 없다. 이번에 거대 책임여당으로서 국익을 위해 단결하고 국회법 절차를 당당히 따라 한·미 FTA를 타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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