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9%로 잠정 추정된다. 아직까지 “당선되면 임기중 평균 7% 경제성장을 실현시킬 것”이라던 노무현 후보의 3년 전 공약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03~4년의 성장률이 3.1% 및 4.6%였으므로 노 대통령 집권 3년간 평균성장률은 3.9%를 약간 밑도는 셈이다.
7% 성장이 이른바 ‘약 올라서 해본 공약’에 불과하고 그래서 원래 실현 가능성이 없었던 공약이라면, 기분은 고약하나 섭섭할 바는 없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은 30년 만에 찾아온 세계경제의 극성기(極盛期)였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은 경제성장률을 예년보다 2~4%포인트 상승시켰으며, 따라서 우리도 제대로 했다면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우리는 오히려 성장률을 퇴보시키며 보냈기 때문에 상실된 소득 투자 고용이 더욱 아쉬운 것이다.
2005년에 수출은 10% 이상 증가했고 주가는 53%가 올랐다. 정권은 이 통계를 자랑하고 싶겠지만 역시 참여정부 성적표의 빈 속내를 보여줄 뿐이다. 수출이 증대한 것은, 지난 해 세계경제가 얼마나 좋았나, 세계무대에서는 우리 기업이 얼마나 잘 싸웠나, 그런데 왜 국내경제는 죽을 쑤었는가 하는 역설을 보여준다. 주가가 오른 것은 투자 부진과 노령화로 인한 저금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연기금과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투자패턴을 보여준다. 그러나 투자할 돈이 없기보다 투자할 이유를 못 찾는 현실이니 수출과 주식 활황이 국내의 실물경제에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 활력을 설비투자 및 소비확산으로 잇는 것이 올해에는 풀어야 할 정권의 숙제일 것이다.
정부의 새해 경제운용방향은 5% 안팎의 경제성장률과 새로운 일자리 4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목표도 이와 비슷했으나 실패했고, 올해에는 고유가, 세계경제의 조정 등 유동적 요인이 더욱 많다. 그러하니 이런 단기적 목표보다는 해마다 노령화하고 감퇴하는 국가의 잠재적 성장능력이 더욱 문제가 된다. 해마다 성장이 지체되고, 따라서 투자 능력이 제약되고 고용이 떨어지고, 기업과 소비자의 의욕이 좌절되는 악순환 속에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10여년을 하락하고 있다. 정권이 친 시장, 친 기업, 경제 우선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지 않는 한 이 고리는 끊어질 수 없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나 사람의 가치 같은 숭고한 것을 추구하며 5년 임기의 3년을 소비했다. 그러나 상기해야 할 것은 경제 성장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견인차라는 사실이다. 경제력은 국가의 정치외교력과 국민의 체면을 높여주고 청계천 복구, 한류문화 같은 문명적 가치를 창조한다. 고용된 젊은이는 미래 희망을 설계할 수 있고 부모님에게 속옷이라도 사드리는 효도를 할 수 있다. 민주화나 인권도 경제적 풍요와 자유를 가진 나라에서나 가능했다.
정권은 무엇보다 해롭기 짝이 없는 동반 성장의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국가가 부채를 늘리고 기업을 강요해서 고용과 복지를 늘리는 정책이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강변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논증할 수가 없다. 큰 정부와 좌파정권의 선전이 합리화할수록 기업과 경쟁 시장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지속해서 소(小)정부를 추진해온 일본의 경험을 보자. “15년간의 부채에 멍든 정체로부터 일본은 정말로 회복하고 있다. 거만한 중국인들을 대처함에는 보다 유리한 위치를 얻게 됐다는 기쁨,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일본의 약점을 변명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으로 정치가와 외교관들의 발걸음은 용수철이 달린 듯 가볍다. 이게 모두 꿈이 아니기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을 꼬집어봐야 할 것이다.”(‘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2005·10·6) 우리도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새해를 맞이한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6-01-0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010201013137191004
7% 성장이 이른바 ‘약 올라서 해본 공약’에 불과하고 그래서 원래 실현 가능성이 없었던 공약이라면, 기분은 고약하나 섭섭할 바는 없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은 30년 만에 찾아온 세계경제의 극성기(極盛期)였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은 경제성장률을 예년보다 2~4%포인트 상승시켰으며, 따라서 우리도 제대로 했다면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우리는 오히려 성장률을 퇴보시키며 보냈기 때문에 상실된 소득 투자 고용이 더욱 아쉬운 것이다.
2005년에 수출은 10% 이상 증가했고 주가는 53%가 올랐다. 정권은 이 통계를 자랑하고 싶겠지만 역시 참여정부 성적표의 빈 속내를 보여줄 뿐이다. 수출이 증대한 것은, 지난 해 세계경제가 얼마나 좋았나, 세계무대에서는 우리 기업이 얼마나 잘 싸웠나, 그런데 왜 국내경제는 죽을 쑤었는가 하는 역설을 보여준다. 주가가 오른 것은 투자 부진과 노령화로 인한 저금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연기금과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투자패턴을 보여준다. 그러나 투자할 돈이 없기보다 투자할 이유를 못 찾는 현실이니 수출과 주식 활황이 국내의 실물경제에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 활력을 설비투자 및 소비확산으로 잇는 것이 올해에는 풀어야 할 정권의 숙제일 것이다.
정부의 새해 경제운용방향은 5% 안팎의 경제성장률과 새로운 일자리 4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목표도 이와 비슷했으나 실패했고, 올해에는 고유가, 세계경제의 조정 등 유동적 요인이 더욱 많다. 그러하니 이런 단기적 목표보다는 해마다 노령화하고 감퇴하는 국가의 잠재적 성장능력이 더욱 문제가 된다. 해마다 성장이 지체되고, 따라서 투자 능력이 제약되고 고용이 떨어지고, 기업과 소비자의 의욕이 좌절되는 악순환 속에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10여년을 하락하고 있다. 정권이 친 시장, 친 기업, 경제 우선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지 않는 한 이 고리는 끊어질 수 없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나 사람의 가치 같은 숭고한 것을 추구하며 5년 임기의 3년을 소비했다. 그러나 상기해야 할 것은 경제 성장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견인차라는 사실이다. 경제력은 국가의 정치외교력과 국민의 체면을 높여주고 청계천 복구, 한류문화 같은 문명적 가치를 창조한다. 고용된 젊은이는 미래 희망을 설계할 수 있고 부모님에게 속옷이라도 사드리는 효도를 할 수 있다. 민주화나 인권도 경제적 풍요와 자유를 가진 나라에서나 가능했다.
정권은 무엇보다 해롭기 짝이 없는 동반 성장의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국가가 부채를 늘리고 기업을 강요해서 고용과 복지를 늘리는 정책이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강변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논증할 수가 없다. 큰 정부와 좌파정권의 선전이 합리화할수록 기업과 경쟁 시장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지속해서 소(小)정부를 추진해온 일본의 경험을 보자. “15년간의 부채에 멍든 정체로부터 일본은 정말로 회복하고 있다. 거만한 중국인들을 대처함에는 보다 유리한 위치를 얻게 됐다는 기쁨,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일본의 약점을 변명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으로 정치가와 외교관들의 발걸음은 용수철이 달린 듯 가볍다. 이게 모두 꿈이 아니기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을 꼬집어봐야 할 것이다.”(‘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2005·10·6) 우리도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새해를 맞이한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6-01-0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01020101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