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영화 의무상영일이 과거 연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든다 해도, 스크린쿼터 제도는 스페인(73∼91일) 브라질(49일) 멕시코(30%) 등 8개국에서만 존재하게 될 희귀종의 집단 이익보호 제도다. 이 축소 조치에 대해 영화인들은 총 146일에 이를 때까지 1인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스타의 매력 때문인지 영화인들은 사실 이상으로 일반 대중을 현혹하는 것 같다. 21세기 첨단의 무역국가에서 ‘쿼터’같은 반(反)시장 특혜제도가, 영화시장이든 어디서든, 146일이건 73일이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가.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 직후 SBS·TN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이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런 대중의 호의는 되지 않는 주장을 팔아보겠다는 영화계에 천군만마의 힘이 될 것이다. 우선, 우리 시민들부터 눈에 콩깍지를 떼고 그들의 우상이 논하는 사이비(似而非)를 냉철히 간파하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영화인들은 대체로 두 가지를 문제삼는다. 그 하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다. “이익이 확실치도 않은 한미FTA를 위해 왜 영화산업을 희생시키려하느냐”고 외치는 것이다. 예컨대 정지영 영화인대책위원장은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미 상무부가 보고했다. 이렇게 미국에 득(得)이 되는 FTA이니 우리에게는 손해 아니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라간 협정은 상호이익이 있기에 가능하다. 미국에는 대한 무역적자 해소가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반면, 우리 경제는 지금 풍부한 무역흑자 속에서도 엄청난 대일 무역적자로 속을 썩인다. 한미FTA가 성사돼 일본에서 수입하던 중간재와 자본재를 대폭 값싸진 미국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과도한 대미 흑자와 대일 적자 문제는 동시에 해결된다. 또한, 수입 가격이 하락하면 교역조건이 개선돼 우리의 구매력을 늘리고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준다. 기업 수익도 늘어나서 투자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다.
이런 복잡한 경제적 효과는, 마치 경제학자가 연출(演出)에 대해 무식하듯, 영화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미FTA의 이익과 비용, 그 정책의 경중을 논의함은 전문 지식인들의 몫이고, 이에 대해서는 관계된 학자·연구소·정책관료에 의해 이미 수레에 담을 만큼 조사 분석됐다. 자기에게 편리한 자료만 인용해서 비전문가가 강변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다른 하나, 영화인들이 문제삼는 것이 이른바 ‘미국의 문화 침탈’이다. 영화가 우리 문화의 몇 %나 되는지, 미국이 무슨 문화를 침탈했는지, 이것이 영화인과 무슨 상관인지, 평소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것은 마치 도롱뇽을 위해 천성산 터널공사를 막겠다는 사람들처럼 영화인들 끼리 상상하고 부풀린 문제다.
더욱이 박중훈씨는 “언제쯤 스크린쿼터를 축소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영화가 아시아의 문화를 탄탄하게 지배하고 시장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축소해도 되지 않나 싶다”고 대답했다. 박씨는 미국을 대신해서 아시아의 문화 영주가 되고 싶은가.
만약 이웃 아시아인도 똑같이 문화제국주의 환상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한국은 바야흐로 아시아를 문화로 침탈, 점령하려 한다. 아시아 나라들은 이제 일제히 스크린쿼터를 시행해서 이에 결사적으로 맞서자. 어디 영화뿐인가. 드라마, 가수, 모든 서비스 소비에 쿼터를 걸어서 제국주의자 코리아를 막자고 할 것이다. 당장 한류의 유입부터 원천 차단하자고 할 것이다.
2주일 전에는 베를린에서 박찬욱 감독이, 엊그제는 일본 유바리영화제에 참가한 우리 영화감독들이 스크린쿼터 사수 시위를 했다. 한국영화계의 폐쇄주의가 무슨 자랑이라고 외국에까지 가서 선전하는가. 영화인들은 지금 1인시위보다 말과 행동부터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6-02-27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022701013137191002
스타의 매력 때문인지 영화인들은 사실 이상으로 일반 대중을 현혹하는 것 같다. 21세기 첨단의 무역국가에서 ‘쿼터’같은 반(反)시장 특혜제도가, 영화시장이든 어디서든, 146일이건 73일이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가.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 직후 SBS·TN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이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런 대중의 호의는 되지 않는 주장을 팔아보겠다는 영화계에 천군만마의 힘이 될 것이다. 우선, 우리 시민들부터 눈에 콩깍지를 떼고 그들의 우상이 논하는 사이비(似而非)를 냉철히 간파하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영화인들은 대체로 두 가지를 문제삼는다. 그 하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다. “이익이 확실치도 않은 한미FTA를 위해 왜 영화산업을 희생시키려하느냐”고 외치는 것이다. 예컨대 정지영 영화인대책위원장은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미 상무부가 보고했다. 이렇게 미국에 득(得)이 되는 FTA이니 우리에게는 손해 아니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라간 협정은 상호이익이 있기에 가능하다. 미국에는 대한 무역적자 해소가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반면, 우리 경제는 지금 풍부한 무역흑자 속에서도 엄청난 대일 무역적자로 속을 썩인다. 한미FTA가 성사돼 일본에서 수입하던 중간재와 자본재를 대폭 값싸진 미국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과도한 대미 흑자와 대일 적자 문제는 동시에 해결된다. 또한, 수입 가격이 하락하면 교역조건이 개선돼 우리의 구매력을 늘리고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준다. 기업 수익도 늘어나서 투자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다.
이런 복잡한 경제적 효과는, 마치 경제학자가 연출(演出)에 대해 무식하듯, 영화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미FTA의 이익과 비용, 그 정책의 경중을 논의함은 전문 지식인들의 몫이고, 이에 대해서는 관계된 학자·연구소·정책관료에 의해 이미 수레에 담을 만큼 조사 분석됐다. 자기에게 편리한 자료만 인용해서 비전문가가 강변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다른 하나, 영화인들이 문제삼는 것이 이른바 ‘미국의 문화 침탈’이다. 영화가 우리 문화의 몇 %나 되는지, 미국이 무슨 문화를 침탈했는지, 이것이 영화인과 무슨 상관인지, 평소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것은 마치 도롱뇽을 위해 천성산 터널공사를 막겠다는 사람들처럼 영화인들 끼리 상상하고 부풀린 문제다.
더욱이 박중훈씨는 “언제쯤 스크린쿼터를 축소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영화가 아시아의 문화를 탄탄하게 지배하고 시장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축소해도 되지 않나 싶다”고 대답했다. 박씨는 미국을 대신해서 아시아의 문화 영주가 되고 싶은가.
만약 이웃 아시아인도 똑같이 문화제국주의 환상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한국은 바야흐로 아시아를 문화로 침탈, 점령하려 한다. 아시아 나라들은 이제 일제히 스크린쿼터를 시행해서 이에 결사적으로 맞서자. 어디 영화뿐인가. 드라마, 가수, 모든 서비스 소비에 쿼터를 걸어서 제국주의자 코리아를 막자고 할 것이다. 당장 한류의 유입부터 원천 차단하자고 할 것이다.
2주일 전에는 베를린에서 박찬욱 감독이, 엊그제는 일본 유바리영화제에 참가한 우리 영화감독들이 스크린쿼터 사수 시위를 했다. 한국영화계의 폐쇄주의가 무슨 자랑이라고 외국에까지 가서 선전하는가. 영화인들은 지금 1인시위보다 말과 행동부터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6-02-27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02270101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