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부동산과 싸우나 ‘시장’과 싸우나 [오피니언 | 2006-04-03]
문화일보 포럼 2008/12/31 23:29
병자년(1636) 겨울 청(淸) 태종은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 조선에 쳐들어왔다. 명장 임경업이 백마산성(義州)에서 청군을 대비하고 있었으나 선봉장 마부대는 이 길을 피해서 한양으로 진격했다. 청 태종의 기병(起兵) 목적은 조선정부를 굴복시키려는 것이지 임경업과 다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닷새 안에 조선 국토는 점령되고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란갔다.
정부는 지금 부동산과 전쟁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이 아니라 시장(市場)과 전투하는 것이다. 온갖 방도를 다 동원해 집값 상승세를 꺾으려 하지만 강남의 집값은 정부를 비웃듯 폭등하고 있다.
그러면 강남 이외의 부동산 전장은 어떠한가. 강남의 수요를 흡수한다며 판교개발을 시작했는데 임대주택과 소형을 마구 섞어서 분당 용인의 땅값만 엄청나게 올렸다. 행정도시·혁신도시, 공공기관이전 등 미증유의 국토 바꾸기 사업을 시작해 전국을 온통 부동산 투기판으로 들쑤셔 놓았다.
적어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국가로부터 막대한 개발비와 보상비가 풀리고, 서울과 기관 이전지에 두 집 살림할 사람이 늘어나서 전국에 부동산 수요가 왕성하게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과연 이 정부에 부동산 안정 의지가 있기는 한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그 이름부터 잘못됐다. 이른바 3·30 부동산대책도 이름은 ‘서민 주거복지 증진과 주택시장 합리화 방안’이다. 그러나 주 대책은 재건축에 따른 이익을 최고 50%까지 환수하고,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서, 어떻게 보아도 서민 주택 안정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서민주택의 안정만 말하자면 강남은 병자호란 때 백마산성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전국에 퍼져 사는 서민을 모두 강남으로 이사시킬 작정이라면 모르되 왜 강남 집값 안정시킨다고 소동을 피우는가. 정부도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 말고는 전국의 집값이 거의 변동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의도가 없다면 거품이 잔뜩 꼈다는 강남 집을 가진 자에게 오른 집값에 합당한 만큼 보유세를 과세하고 그냥 지나칠 일이다.
그러나 기어코 강남 집값을 잡을 목적이라면 우선 시장부터 존중해야 성공할 것이다. 경제학은 가격이 한계수요와 한계공급에 의해 결정됨을 가르친다. 즉, 물건의 적정가치가 얼마든 시장에 공급이 제로라면 집 한 채의 수요만으로도 가격은 무한대로 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강남에는 아무리 값이 뛰어도 교육, 생활환경 등의 이유로 꼭 들어가겠다는 수요가 만만찮다. 하지만 그 공급을 정부가 철저히 막고 있다. 필자가 아는 사람 가운데도 오르는 보유세와 노후 생활자금 때문에 강남 아파트를 처분할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러나 현재의 50평 아파트를 팔면 막중한 거래양도세 때문에 분당의 40여평도 못 사게 돼 강남을 못 떠난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의 불로(不勞)소득은 양도세로 거두고 무거운 부동산세로 강남 집을 포기시키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필자도 강남 입성의 기회가 없고 불로소득이 싫은 사람이라 정부의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자응징정책이지 부동산안정정책이 아니다.
3·30 정책도 마찬가지다. 강남 재건축이익의 50%를 과세하면 강남아파트의 재건축이 모두 연기돼 공급부족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은 뻔하다. 앞으로 현금 없는 사람이 양질의 주택을 살 기회는 줄어들고, 부동산 거래에 쓸데없는 금융 거래 과정과 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든 말든 정권은 전에도 위헌으로 판결난 바 있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려 한다. 물론 같은 개발이익이라도 충청도 주민의 불로소득은 환수하지 않는다. 마음이 정치적 목적에 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목적과 신뢰를 잃고 표류하는 것이 우리 부동산정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6-04-03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040301033137191002
정부는 지금 부동산과 전쟁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이 아니라 시장(市場)과 전투하는 것이다. 온갖 방도를 다 동원해 집값 상승세를 꺾으려 하지만 강남의 집값은 정부를 비웃듯 폭등하고 있다.
그러면 강남 이외의 부동산 전장은 어떠한가. 강남의 수요를 흡수한다며 판교개발을 시작했는데 임대주택과 소형을 마구 섞어서 분당 용인의 땅값만 엄청나게 올렸다. 행정도시·혁신도시, 공공기관이전 등 미증유의 국토 바꾸기 사업을 시작해 전국을 온통 부동산 투기판으로 들쑤셔 놓았다.
적어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국가로부터 막대한 개발비와 보상비가 풀리고, 서울과 기관 이전지에 두 집 살림할 사람이 늘어나서 전국에 부동산 수요가 왕성하게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과연 이 정부에 부동산 안정 의지가 있기는 한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그 이름부터 잘못됐다. 이른바 3·30 부동산대책도 이름은 ‘서민 주거복지 증진과 주택시장 합리화 방안’이다. 그러나 주 대책은 재건축에 따른 이익을 최고 50%까지 환수하고,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서, 어떻게 보아도 서민 주택 안정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서민주택의 안정만 말하자면 강남은 병자호란 때 백마산성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전국에 퍼져 사는 서민을 모두 강남으로 이사시킬 작정이라면 모르되 왜 강남 집값 안정시킨다고 소동을 피우는가. 정부도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 말고는 전국의 집값이 거의 변동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의도가 없다면 거품이 잔뜩 꼈다는 강남 집을 가진 자에게 오른 집값에 합당한 만큼 보유세를 과세하고 그냥 지나칠 일이다.
그러나 기어코 강남 집값을 잡을 목적이라면 우선 시장부터 존중해야 성공할 것이다. 경제학은 가격이 한계수요와 한계공급에 의해 결정됨을 가르친다. 즉, 물건의 적정가치가 얼마든 시장에 공급이 제로라면 집 한 채의 수요만으로도 가격은 무한대로 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강남에는 아무리 값이 뛰어도 교육, 생활환경 등의 이유로 꼭 들어가겠다는 수요가 만만찮다. 하지만 그 공급을 정부가 철저히 막고 있다. 필자가 아는 사람 가운데도 오르는 보유세와 노후 생활자금 때문에 강남 아파트를 처분할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러나 현재의 50평 아파트를 팔면 막중한 거래양도세 때문에 분당의 40여평도 못 사게 돼 강남을 못 떠난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의 불로(不勞)소득은 양도세로 거두고 무거운 부동산세로 강남 집을 포기시키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필자도 강남 입성의 기회가 없고 불로소득이 싫은 사람이라 정부의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자응징정책이지 부동산안정정책이 아니다.
3·30 정책도 마찬가지다. 강남 재건축이익의 50%를 과세하면 강남아파트의 재건축이 모두 연기돼 공급부족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은 뻔하다. 앞으로 현금 없는 사람이 양질의 주택을 살 기회는 줄어들고, 부동산 거래에 쓸데없는 금융 거래 과정과 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든 말든 정권은 전에도 위헌으로 판결난 바 있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려 한다. 물론 같은 개발이익이라도 충청도 주민의 불로소득은 환수하지 않는다. 마음이 정치적 목적에 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목적과 신뢰를 잃고 표류하는 것이 우리 부동산정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6-04-03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040301033137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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