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2% 징벌과세론’ 도를 넘었다 [오피니언 | 2006-05-09]

yboy 2006. 5. 9. 10:30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주 “언론은 종합부동산세가 8배 올랐다며 ‘세금폭탄’ 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 “향후 정책을 절대 못 바꾸게 해 놨다” 등 일련의 발언을 했다. 그동안 정부 말이 안 먹히던 시장과 부동산 소유자에 대해 끝이 보일 때까지 싸우겠다고 정권이 선포한 것이다.

그러나 과격하고 무리한 정책일수록 뒷날 그 후유증과 철폐 요구는 커지게 마련이다. 당국은 부동산세 인상을 통해 고가주택의 소유자나 잠재적 수요자를 포기시켜 집값을 안정시키고, 불로이익을 챙기는 부동산 소유자에 대해 응분의 징세를 할 것을 기대한다.

먼저, 세금폭탄으로 과연 집값이 잡힐 것인가. 시장을 무시하고 세금으로 몰아붙이는 정책이 무력함을 보여주는 대표사례가 바로 강남부동산정책이다. 양도세를 높이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행정력을 동원하여 아파트 수요를 꺾으려던 조치는 오히려 매물(賣物)을 격감시켜 강남 집값을 수직 상승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거래는 끊어지고 집주인은 호가(呼價)만 올리고 있으니 모든 주택 소유자가 다 투기꾼이 된 꼴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던 “부동산이 투기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부동산정책” 이 오히려 투기를 불러오는 결과가 됐다.

다음으로, 2009년 시가의 2%를 목표로 한다는 종합부동산세는 적정한 징세인가. 과거 우리나라는 주택재산세가 너무 쌌으므로 이제는 정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 지나치게 낮은 재산세는 국민의 주택 선호 성향을 높여서 집값 상승을 유도한 효과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보유세를 인상할 명분은 충분히 인정되는데 이 계제에 청와대 실장은 “2009년 가면 25억원짜리 집에 사는 분은 종부세만 연간 5000만원을 내야 하게 정부가 디자인했으니 각오하라” 고 다짐한다. 이런 주택세 부담은 한국의 실정을 감안한 디자인인가?

재산세는 미국의 경우 보통 주택가액의 1%, 주에 따라 2% 이상 징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고가주택은 그 가격만큼 호사스러워 소비재로서 가치를 가진다. 높은 부동산세를 낼 여유와 의사가 있는 부자들이 그 재산의 일부를 호화주택으로 구입해서 안락한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집값은 터무니없이 비싸므로 가격만큼 소비의 효용가치가 없다. 집은 가장 안전한 자산축적 수단이었으므로 일생 동안 벌어서 집을 늘리다보니 고가주택의 소유자가 된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거액의 보유세를 낼 능력도 없고 미국에서처럼 좋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다. 이들에게 부과되는 2% 부동산세는 전 재산의 2%를 부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합리적 정부라면 우리 주택 소유자의 이런 재산과 효용 대비 체감(體感)효과를 감안해서 적정한 부동산세를 디자인함이 옳다. 그렇게는 못하겠다면 최소한 그들이 주택을 팔고 다른 자산으로 전환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나 당국의 부동산정책의 다른 중요한 축이 투기방지와 불로이익 환수를 위한 부동산 양도소득세로서 이를 거의 응징적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현 조세체계는 막대한 양도세로 집 가진 자의 탈출구를 막고 보유세 폭탄으로 두들기는 꼴이니, 부자에 대한 징벌과세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런 부동산제도를 앞으로 어떤 정권도 못 바꾸게 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누가 이를 장담할 수 있겠는가. 현 정권과 코드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론법, 수도분할이나 공기업 지방이전 등이 상식인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이 정권의 이것들도 3년 임기동안 바꾸지 않았는가.

불합리한 제도는 언젠가 바뀌어야 한다. 현 정권이 우리만이 옳다는 독단(獨斷)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부동산정책은 무리(無理)를 쌓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부동산 소유자들이 정권이 바뀔 때만을 기다리고 시장에서 도망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6-05-09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0509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