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公共 빙자한 勞營’ 진주의료원 폐업

yboy 2013. 5. 30. 14:39

  기사 게재 일자 : 2013년 05월 30일
<포럼>
‘公共 빙자한 勞營’ 진주의료원 폐업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경상남도가 말썽 많던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29일 공식 발표했다.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 운영이 방만해 부채가 279억 원에 이르러 폐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과 의료계는 “공공(公共)의료의 후퇴”라며 홍 지사 퇴진운동과 진주의료원 ‘사수투쟁’을 선포해 향후 험하고 긴 분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는 무엇보다 한국의 공공의료원이 얼마나 파렴치하고 방만하게 운영되는지 국민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폐업 담화에서 홍 지사는 “선출직인 저도 표만 의식한다면 모른 척 넘어가면 될 일”이나 “그것은 공직자의 도리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의료원을 감독해야 할 지자체장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방관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태는 반드시 터졌어야 했으며, 이 과정에 홍 지사와 같은 결단이 반드시 요구돼 왔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간 진주의료원은 어떤 모양이었는가?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수익은 136억 원인데, 인건비·후생비가 135억 원이고, 약품 및 재료비 69억 원은 빚으로 떠넘겨졌다. 직원 1명이 환자 1명도 진료하지 않았다. 의료수익은 동급 민간병원의 80%에 못 미쳤는데 인건비는 157%였다. 노조는 직원과 가족의 진료비를 80~90% 감면하도록 못 박았고, 시끄러워지자 지난해 5월 50%로 감면했다. 모든 의료원 경영과 예산 편성에 노조가 개입하도록 단체협약이 규정하고, 징계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구성해 사실상 노조에 떠맡겨졌다.

이런 문제는 1999년부터 도의회에서 수없이 지적돼 47회에 걸친 경영개선과 구조조정 요구가 제기됐지만 모두 거부됐다고 한다. 향후 이 병원을 살리려면 누적적자 279억 원과 매년 손실액 70억 원을 경남도민의 혈세(血稅)로 털어넣어야 한다. 이렇게 살려내는 의료원이 과연 경남도민의 의료복지를 위한 것인가?

오늘날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33개가 만성 적자이며 대다수가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비록 저소득층 공공의료기관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세금을 쓰는 기관은 최소한의 규율과 경영 합리화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 방자한 귀족노조의 사유물 의료원은 철퇴를 내려 도태시켜야 향후 납세자와 국민도 신뢰해서 국민 공공의료 서비스의 미래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의 귀추를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결단이 요구될 때마다 불법과 무리가 총 동원된 투쟁장이 형성돼 문제의 본말이 전도(顚倒)되고 흐지부지된다는 사실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회가 단식농성을 하고, 진주의료원노조는 108배를 하고, 대한의사협회·병원협회·약사협회·간호협회 등이 덩달아 ‘폐업결정 유보하라’고 합류하는 식이다. 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진보신당·민주노총 및 기타 야당·좌파집단들은 노숙농성에 들어간다. 이렇게 범좌파가 연합, 극한투쟁하고 야당이 청문회에 세우겠다고 위협하면 정치권이 적당히 타협해 뒤집히는 일이 상례였다. 그러니 국민의료인들 왜곡되고 퇴락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수준이 아직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함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1651달러를 달성한 이래 증대가 멈췄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선진국들은 우리의 2배 이상에서 10만 달러까지의 높은 소득을 누린다. 정치인들은 그만큼 국민이 지출하는 혈세가 부담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복지부 장관 및 지자체장들은 이를 철저히 관리해 모럴 해저드를 근절해야 한다. 이번 진주의료원 같이 하마처럼 국민 혈세를 삼키는 ‘노영(勞營)’ 의료기관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 수탈에 가담하는 것과 하나도 다름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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