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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국정감사는 ‘기업감사’ 아니다 |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국회가 ‘국정감사’에 민간 기업인을 수없이 증인으로 불러내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감(國監)이 정책감사가 아니라 기업 감사를 하는 것인가” 하고 물으며 국회의 자제를 요청했다. 경총은 “국정감사 증인은 정부 정책의 객체인 민간 기업이 아니라 주체인 정부가 주가 돼야 한다. 민간 기업의 증인 출석은 보조적이고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국회가 오죽하면 이런 지적까지 받을까.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회가 ‘국가 정책 운용에 대해 감시 및 조사하라’는 것이다. 국정감사법에서도 그 대상을 ‘국가기관, 특별시·광역시, 공공기관’으로 정하고 있다. 기업인은 기업의 운영 및 활동이 국책 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 최소한으로, 그것도 ‘참고인’으로 채택돼야 옳다. 이는 실상 기본적 상식으로, 말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해마다 더 많은 민간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내 대기시키고 있다. 2011년 국감에 호출된 기업인과 민간단체 대표는 61명이었으나 지난해엔 145명으로 불어났다. 올해에는 벌써 국회 정무위가 59명, 국토위는 54명을 증인으로 불렀고 환경노동위는 증인 40명에 참고인 20명을 채택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혼자서 기업인 13명을 신청했다니 국회가 앞으로 얼마나 더 불러낼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많이 증인을 불러내니 어떻게 충실한 감사가 되겠는가. 허다한 시간과 정성으로 피감을 준비한 기업인들은 하루 종일 기다리기만 하거나 한두 마디 대답하기에 그쳤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 출석했던 기업인 26명 가운데 한마디라도 질문을 받은 사람이 14명이고, 12명은 아예 질문도 안 받은 채 호통만 듣고 왔다. 올해 증인 수는 지난해보다 최소 두 배가 넘을 텐데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기업인은 매일 생사의 기로에 서서 생산을 지휘한다. 이들은 국회보다 먼저 매일 도창(刀槍)의 숲 같은 경쟁 시장에서 심판을 받고 있다. 기업이 생산을 일굼으로써 국부(國富)가 생산되고 국민이 일자리를 얻는다. 나아가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그 많은 세비·수당·지원금 및 특권 유지 비용, 9명 보좌관의 봉급, 그리고 국회의원이 요리하는 거대한 국가 예산을 조달할 세금을 만들어낸다. 국회가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을 국가범인 취급하듯 국감에 잡아놓고 호통쳐대면 이들의 사업 경영 노력은 상실되고 기업 이미지나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국감은 기업·국가·국민에게 해롭고 국회의원 자신의 품위도 진흙땅에 처박는 행태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기업 심판 행위는 대기업을 협박해 개인적 이익을 획득하려거나, 대기업을 욕보여 국민에게 반(反)기업 감정을 심으려는 의도를 가지는 것으로 의심받을 만하다. 올해 국감은 아마 과거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과업을 가질 것이다. 한국경제의 세수(稅收) 능력은 상반기 40여조 원의 재정적자가 나도록 결단나 있고, 이미 과도한 복지 재정은 끝없이 확장하는 구조에 있다. 초고속 고령화로 늙어간 국민처럼 국가경제는 노쇠의 길에 들어서고, 이에 동반해 자유시장경제 기반, 기업가정신, 국민의 책임의식도 쇠퇴하는 중이다. 이른바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이라면 이번 국감을 통해 이 중대한 국가 생존과 복지-재정 수렁 문제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조사·토론하는 태도를 가져야 옳다. 그런데 민주당은 몇 달째 이른바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을 국정조사한다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하다가 이제 겨우 국정의 장(場)에 돌아왔다. 그 첫 과업인 국감을 이런 기업 욕보이기로 시작하는 것은 지금 우리 대의 민주주의 정치가 얼마나 자격 없는 이들에게 장악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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