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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국회의원 特權 줄이고 質 높이기 절실

yboy 2015. 8. 21. 14:21
기사 게재 일자 : 2015년 08월 21일
<포럼>
국회의원 特權 줄이고 質 높이기 절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9일 내년 총선 의원정수(定數)를 300명으로 하자는 데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원 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41조의 정신이나 의원정수를 299명으로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 제21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299명 상한(上限)’이라는 대한민국 의원정수는 제18대 국회까지 잘 지켜졌다. 그런데 제19대에 세종시 선거구가 신설됨으로써 꼬이기 시작했다. 세종시 선거구를 위해 기존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여야는 총선 2개월 전까지도 진흙탕 싸움만 벌였다. 이에 다급해진 중앙선관위가 ‘제19대 총선에 한해 정수를 300석으로 하자’고 제안하자 여야가 받아들였다. 결국 ‘2012년 실시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300인으로 한다’는 명백한 특례 규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여야는 이 특례가 ‘제19대에 국한됨’을 인정하고 차후에는 다시 299명 이하로 귀환키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무능 때문에 설치한 ‘제19대 300명’의 임시적 규정을 오히려 기득권으로 전환하려 하니 불쾌하고 야비한 일이다.

오늘날 국회의원 정수는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사안이 됐다. 이는 신뢰를 잃은 국회의원들이 자초한 결과이며, 국회가 300명 의원정수 도입을 강행하려 한다면 적어도 국민의 의사를 먼저 물어봄이 마땅함을 말한다.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원 수를 400명 가까이 늘리자고 제안할 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 57%, 늘려도 된다는 주장은 불과 7%였다. 국민이 지금 국회의원을 늘려줄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 다른 나라에서는 당치 않을 ‘국회의원 정수’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의원의 자질 문제’에서 비롯된다. 국회는 나라의 의사결정체이니 국민의 운명을 좌우한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한다면, 비록 1인당 연간 7억 원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지만, 400명이든 500명이든 국민이 마다할 리 없다. 그러나 과거 대한민국 의원들의 의정 포탈, 일탈, 보이콧 사례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저들끼리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중대한 국가법안·정책 처리를 제멋대로 방기(放棄)하고 패당들끼리 사물(私物)처럼 거래했다. 반면, 의원들은 자신들의 연봉·수당·특권(特權)을 스스로 정함으로써 어마어마하게 키웠다. 200가지가 넘는다는 특별대우를 만들고 온갖 행태의 도덕적 해이를 저질렀다. 최근 국회의원 일부가 성폭력·취업압력 등 조사를 받고 있다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는 국회의원의 수보다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무엇보다 일반 국민과 똑같은 직업윤리와 규율이 필요하다. 국회 보이콧이나 장외투쟁하는 의원들에게는 국민과 똑같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 법안을 정치적으로 거래하거나 하룻저녁에 무더기로 처리하는 의원들에게는 1명의 보좌관도 줄 필요 없다. 만약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고 엄격한 규율을 부과한다면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공적 임무에 사명감을 가진 인물들이 국민의 대표가 될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이 모든 방안은 다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단지, 국민은 지금의 ‘특권·무노동’ 국회 행태를 더는 못 보겠다는 뜻을 의원 정수 줄이기라는 의사 표현으로 단호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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