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타락한 정치’는 경제의 敵이다

yboy 2015. 5. 8. 06:58


‘타락한 정치’는 경제의 敵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4월 임시국회가 지난해부터 정부가 호소한 경제활성화 법안 30건 가운데 핵심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6일 종료됐다. 서비스산업기본법은 2012년 7월 제출된 이후 34개월째,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2012년 10월 이래 31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경제활성화 법안이란 말 그대로 꺼져가는 경제에 숨을 불어넣자는 긴급한 법안이다. 따라서 때를 놓치면 허사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경제활성화 법안에 청년 일자리가 수십만 개 달려 있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애가 타며 부모들은 얼마나 기다리겠느냐”며 “이것을 붙잡고 있는 게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묻고 싶다”고 한탄했다.

서비스산업은 세계적으로 생산·교역과 혁신이 가장 활발한 산업이다. 지금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수많은 규제와 보호 속에 완전 약체가 돼 있지만, 이것이 다음 세대의 중심 성장동력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서비스산업법은 이 낙후된 산업에 투자·고용·생산성 향상이 일어나도록 제도와 조직을 조성함을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35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성장률도 1%포인트 높일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의료영리화 추진법으로 규정해 반대한다. 더불어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한다고,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활동, 공항 등에 외국어 의료 광고를 허용한다고 ‘의료민영화 준비법’으로 치부해 중점 저지한다.

서울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동적인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하고 중국 요우커(遊客)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세계 최고의 여행 시장이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후진적 관광 관련 제도, 열악한 관광 인프라, 특히 부족한 숙박 시설로 비상(飛翔)할 수 있는 관광산업의 기회를 잃고 나라의 이미지도 더럽히고 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호텔업’ 자체를 유해한 영업으로 취급해 카지노나 유흥주점이 없어도 학교정화위원회의 허락을 얻어야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한다. 2010∼2013년 중 이렇게 정화위가 호텔 건립을 부결한 사례가 서울에서만 76건이라고 한다.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이런 신규 호텔 건립이 가능해지면 4만7000여 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그러나 야당은 이 법이 대한항공에 경복궁 주변에 1만여 평 대지의 7성급 특급호텔 건립을 허가해 주려는 ‘재벌특혜법’이라 명명하여 반대한다. 야당은 정부의 경제활성화 법안들에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에 재미를 붙인다. 이를테면 민간 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 활동을 허용하는 의료법은 ‘민간보험 특혜 및 의료공공성 파괴법’이고,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은 ‘재벌특혜 및 동네병원 죽이기법’이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입법자 스스로 법의 권위를 밑바닥으로 격하하는 부끄러운 행태다.

또한, 여야(與野)는 법률을 당리당략과 연계해 거래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모든 법안에는 개별적 목적과 당위성이 있어 논리적인 고뇌와 판단으로 결정돼야 한다. 이 법안들을 묶어서 다른 법안 묶음과 빅딜하거나 장내외 투쟁 해결의 대가로 던지는 따위의 행태는 무지막지한 폭력일 뿐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은 타락한 정치가에 있다. 국민이 이들을 변하게 할 수 없는 한 모든 경제활성화나 국민의 불행 해소 노력이 다 부질없는 일이 된다.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