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교육도 경제도 망칠 無償교육 공약들

yboy 2016. 4. 4. 16:40

기사 게재 일자 : 2016년 04월 04일

<포럼>
교육도 경제도 망칠 無償교육 공약들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금년 총선에도 어김없이 여야의 무상교육,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공약이 만발하고 있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모두 전국 고교 무상교육을 공약했다. 야당들은 초등학교 학습준비물·체험활동비 등도 일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중앙정부-지방교육청 간 비용책임 다툼으로 파산지경이 됐던 누리과정도 야당들은 중앙정부나 국고로 100% 부담시킬 것을 공약했다.

 

국공립대 등록금에 대해 더민주는 사립대의 3분의 1로 깎아주겠다는 공약을 했다. 과거 ‘반값’ 공약에서 일보 더 나아가 3분의 1로 ‘떨이 세일’을 약속한 것이다. 더민주는 국공립대·사립대학 학자금대출도 전부 무이자로 해줄 것을 공약했다. 그나마 새누리당이 분별력을 보여 누리과정 공약을 하지 않고, 대학 학자금대출 금리를 0.2%포인트 내리겠다고 공약했을 뿐이다. 이 공약들은 그저 국가 돈으로 퍼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교 무상교육에는 매년 2조여 원, 누리과정에 4조 원, 반값 등록금에 4조 원 정도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쪼들리는 나라재정은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채무를 증대시켜 쥐어짜야 한다. 지금의 대학생, 고등학생, 어린이들과 학부모는 당장 공짜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국가 채무가 되건, 그 재정 부담으로 나라 경제가 쇠락해 실업자·빈민이 되건 결국 그 짐은 훗날 그들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고교무상교육은 과연 학생이나 국가에 필요한 것인가? 2013년 박근혜정부가 ‘고교무상교육 실시’에 대한 교원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92.1%가 ‘고교무상교육보다 학생문제·학교시설·수업환경 개선 등이 더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원의 60.7%는 고교무상교육을 반대했는데, 주된 이유는 ‘무상교육 재정투입이 공교육 개선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고교무상교육은 점점 존립근거를 잃고 있다. 이미 고교학비가 절실한 학생은 학비지원을 다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한 부모·농어업인 자녀, 특성화고 학생, 학교장 추천자 등의 학비는 정부가 이미 지원한다. 많은 공공기관·기업들이 재직자 자녀의 학비를 지원하며 여러 자생적 단체의 장학금 등 현재 고교생의 60% 이상은 이미 학비지원을 받고 있다. 무상교육은 오히려 사회에 자생하는 건강한 부조(扶助) 기능을 없애는 일이 될 수 있다.

반값등록금 공약은 한국 정당들의 무지와 무책임을 반영한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최고의 대학교육 과잉 국가다. 반값대학은 저질대학을 만들고 수업능력 없는 자들을 반(半)강제로 대학에 들어가게 한다. 넘쳐나는 대학졸업자들은 좋은 일자리를 원하지만 그런 일터는 어느 나라에서나 제한된다. 반값등록금은 이런 무절제 대학교육을 더욱 확산시키자는 공약이 아닌가.

 

오늘날 우리 정당들은 고용에서 학벌·스펙 차별 철폐를 외치며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일자리!”임을 일제히 주장한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이 앞으로 더 많은 고학력 청년실업자를 쏟아낼 것은 철칙(鐵則) 같은 사실이다. 어떤 야당은 “법인세 등을 확대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글로벌 기업경쟁시대에 그렇게 기업을 짜내면 그만큼 기업경쟁력이 상실돼 경제 쇠락과 고용 없는 나라로 가는 길을 재촉할 것이다.

 

고교무상교육이나 반값등록금은 오늘날 우리나라에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을 공짜만 좋아하는 저질 인간으로 키울 위험성이 큰 공약이다. 이런 정치가들의 선심공약에 넘어가지 않는 것도 민주주의 국민의 책임이다.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