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시장 메커니즘으로 부실대학 퇴출해야

yboy 2010. 8. 27. 17:03
기사 게재 일자 : 2010년 08월 27일
<포럼>
시장 메커니즘으로 부실대학 퇴출해야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 경제학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345개 대학 중 B급 평가를 받은 44개교와 C급 6개교 명단을 공개하고, 내년부터 해당 학교 신입생의 학자금 대출액을 30∼70% 축소시킬 것이라고 25일 발표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 당국이 거대하게 덩치만 키운 대학의 부실 구조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그간 방치된 부실 사립대학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유도해 대학의 자구(自救) 노력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 대학교육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실 대학의 존립 배경에는 그간 경쟁과 내실의 필요 없이 대학 운영을 가능케 한 교육정책과 환경이 존재한다. 차제에 이 문제의 본질을 고찰해야 대학교육의 일류화라는 진정한 목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은 대학의 외형이 엄청나게 커진 기간이다. 1990년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33.2%로 당시 일본 36.3%, 미국 59.9%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2009년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83.9%,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간 일본의 대학진학률은 50%를 겨우 넘고 중고교 과정에 중퇴자가 많은 미국도 60%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대학의 초고속 팽창 과정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

첫째, 대학교육의 부실이다. 84% 대학진학률은 전국의 도시·농촌, 실업계·인문계 고교 졸업생이면 누구나 대학에 진학함을 의미한다. 경제력이 없어도, 공부가 싫어도 모두 대학에 입학함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들 모두가 대학 수업능력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입학정원을 배정받은 대학은 이들에게 거의 다 학위를 주어 내보내 왔다. 결국 ‘전국민에게 보편적인 대학교육’은 이뤘지만 대학의 전문성과 경쟁력은 실종할 수밖에 없게 됐다.

둘째, 엄청난 국가 자원의 낭비다. 오늘날 84% 대학진학자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가 투자한 대학교육만큼 보상을 받겠는가. 대졸자는 그의 학력에 상응하는 높은 보수,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하지만 어느 국가사회도 84% 대학생 모두에게 그런 취업기회를 만들어줄 수 없다. 설령 그런 일자리가 마련된다고 해도 글로벌 경쟁 시대 기업들은 국내의 무능력한 구직자에게 나눠주기보다 해외의 자격 있는 인력을 충원하기를 선택할 것이다. 결국 사회의 고질(痼疾)이 된 청년실업 문제, 동시에 발생하는 중소기업 구인난은 모두 방대한 대학교육 인플레가 자초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불만족한 사회다. 지난 20년간 이 사회에는 현저히 불만과 갈등이 높아졌다. 이는 늘어나는 대학 졸업 국민이 사회로부터 그가 기대하는 성취 기회를 얻지 못함에 중대하게 연유할 수 있다. 수많은 대학 재학생은 대학에서 성취의 보람보다 고역(苦役)을 맛보고 졸업 후에는 도로(徒勞)와 좌절을 경험할 것이다. 그들을 이런 상태로 몰고 간 대학, 국가사회와 권력에 이들은 얼마나 분노할 것인가. 결국 과잉 학벌에의 성취 없는 투자는 그 크기만큼 국민적 불만과 국가사회 불안의 원천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대학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정부는 현재 거론하는 부실 대학 퇴출 촉진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동시에 사립대학 출연자의 사유재산 반환 같은 퇴출을 유인할 합법적 ‘출구장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개선과 경쟁력 강화 역시 그 왕도(王道)는 수요자, 공급자 및 시장 선택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권은 반값 등록금이나 지역 및 계층 선발입학 제도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포기하고, 대학에 입학생과 그 교육 방법의 선택이 완전히 맡겨질 때 부실 대학이 사라지고 수학능력이 없거나 불필요한 사람이 다른 길을 찾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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