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기업 거품’을 경계한다 [오피니언 | 2005-06-22]문화일보 포럼 2008/12/31 23:18
마을의 우물가에 뱀이 나타나 맴돌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놀라 서당 선생님께 달려가니 훈장이 문자를 붙여 일렀다. “사불범정(蛇不犯井·뱀이 우물을 범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니라.”
그러나 뱀은 우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이들이 다시 달려오니 훈장은 금시 문자를 바꿨다. “사필귀정(蛇必歸井·뱀은 반드시 우물로 들어가게 돼 있다)이니라.”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사태를 엉뚱하게 풀이하고, 제멋대로 처방하고, 수시로 말을 바꿔 변명하는 바람에 종잡을 수 없는 결과가 빚어진다. 참여정부가 강남아파트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강남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충청도에 새 도시를 개발해서 사람과 기업을 유치하려 하지만 역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이 지역은 원래 가려던 공장과 사업체도 이제 터를 잡기 어렵게 됐다. 시장을 ‘시정(是正)할 장(場)터’ 정도로 해석해 다스리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국토 균형개발의 이름으로 177개 공공기관이 일제히 지방으로 이사가겠다는데, 과연 어떤 귀추(歸趨)를 보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공기업이나 공무원은 사기업처럼 퇴직 불안도 없고 일에 스트레스도 없어 취업지망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라 한다. 그래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들이 삼성, 현대 같은 도전적인 일류회사보다 이들 공공기관을 더 희망한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우선 내 반의 학생들부터 경계시켰다. “사불범정(邪不犯正),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될 날이 반드시 온다. 언제인가 이들은 그동안 미루었던 구조조정의 철퇴를 모두 모아서 맞을 것이니 너희들 선택을 잘해라.”
오늘날 사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니 어려운 일과 직원 조정이 따름이 당연하다. 그들은 시장경제의 정도(正道)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은 정부가 일자리를 더 만들라 하면 더 채용하고 이사를 가라면 간다. 국민의 세금으로 유유자적하며 특권집단의 이익을 누리고 있으니 사도(邪道)를 걷는 셈이다. 언젠가 이들에게도 도태되거나 민영화하거나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 군살빼기 경쟁을 할 날이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이치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래 공공기관은 아마추어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의 ‘개혁’을 위해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듣더라도 공기업에 당료들을 보내겠다는 뜻을 처음부터 분명히했다. 따라서 과거 운동권, 총선낙선자, 당(黨)내 인사, 기타 정치같동꾼들이 대거 사장, 감사 이하 주요 직위에 기용됐다. 그 결과 공기업은 정치적 개혁의 동참자가 되는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나, 대신 시장이 요구하는 개혁에는 무풍지대가 된 것이다.
어떤 공기업은 상임이사들을 직원들의 직접투표로 뽑고, 정부가 지정한 기준의 4배가 넘는 노조 전임자를 고용한다고 한다. 638억원의 적자를 낸 방송회사는 80여억원 예산을 직원들끼리 부당하게 나눠 갖고 국민연금도 대납해 주었다고 한다.
이런 공기업에 몸을 담게 되면 정상적인 업무 능력은 퇴화하고, 코드나 여론에 맞추고, 정치를 잘하는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경제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능력이므로 퇴출 대상이 되기 십상이고 누구도 관심 없는 인력이다. 한국의 청년들이 탐하는 공공조직의 직업안정성이란 바로 이런 비정상이 만든 버블(bubble)인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조직은 불안하고 이렇게 특권을 누리는 조직이 번성하면 사람들은 바른 길을 피하고 사회는 썩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직한 시장이야말로 사회를 발전시키며 정화하는 활력소이다. 언제인가 우리 사회에도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정의롭고 생산적인 조직이 풍미할 것이며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모든 생산조직을 관장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국민들도 어느 정도 프로가 되어 장래를 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비정상의 조류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는 뒤에 어떤 파도에 쓸려 나가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영봉/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5-06-2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5062201013137191002
그러나 뱀은 우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이들이 다시 달려오니 훈장은 금시 문자를 바꿨다. “사필귀정(蛇必歸井·뱀은 반드시 우물로 들어가게 돼 있다)이니라.”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사태를 엉뚱하게 풀이하고, 제멋대로 처방하고, 수시로 말을 바꿔 변명하는 바람에 종잡을 수 없는 결과가 빚어진다. 참여정부가 강남아파트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강남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충청도에 새 도시를 개발해서 사람과 기업을 유치하려 하지만 역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이 지역은 원래 가려던 공장과 사업체도 이제 터를 잡기 어렵게 됐다. 시장을 ‘시정(是正)할 장(場)터’ 정도로 해석해 다스리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국토 균형개발의 이름으로 177개 공공기관이 일제히 지방으로 이사가겠다는데, 과연 어떤 귀추(歸趨)를 보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공기업이나 공무원은 사기업처럼 퇴직 불안도 없고 일에 스트레스도 없어 취업지망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라 한다. 그래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들이 삼성, 현대 같은 도전적인 일류회사보다 이들 공공기관을 더 희망한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우선 내 반의 학생들부터 경계시켰다. “사불범정(邪不犯正),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될 날이 반드시 온다. 언제인가 이들은 그동안 미루었던 구조조정의 철퇴를 모두 모아서 맞을 것이니 너희들 선택을 잘해라.”
오늘날 사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니 어려운 일과 직원 조정이 따름이 당연하다. 그들은 시장경제의 정도(正道)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은 정부가 일자리를 더 만들라 하면 더 채용하고 이사를 가라면 간다. 국민의 세금으로 유유자적하며 특권집단의 이익을 누리고 있으니 사도(邪道)를 걷는 셈이다. 언젠가 이들에게도 도태되거나 민영화하거나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 군살빼기 경쟁을 할 날이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이치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래 공공기관은 아마추어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의 ‘개혁’을 위해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듣더라도 공기업에 당료들을 보내겠다는 뜻을 처음부터 분명히했다. 따라서 과거 운동권, 총선낙선자, 당(黨)내 인사, 기타 정치같동꾼들이 대거 사장, 감사 이하 주요 직위에 기용됐다. 그 결과 공기업은 정치적 개혁의 동참자가 되는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나, 대신 시장이 요구하는 개혁에는 무풍지대가 된 것이다.
어떤 공기업은 상임이사들을 직원들의 직접투표로 뽑고, 정부가 지정한 기준의 4배가 넘는 노조 전임자를 고용한다고 한다. 638억원의 적자를 낸 방송회사는 80여억원 예산을 직원들끼리 부당하게 나눠 갖고 국민연금도 대납해 주었다고 한다.
이런 공기업에 몸을 담게 되면 정상적인 업무 능력은 퇴화하고, 코드나 여론에 맞추고, 정치를 잘하는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경제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능력이므로 퇴출 대상이 되기 십상이고 누구도 관심 없는 인력이다. 한국의 청년들이 탐하는 공공조직의 직업안정성이란 바로 이런 비정상이 만든 버블(bubble)인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조직은 불안하고 이렇게 특권을 누리는 조직이 번성하면 사람들은 바른 길을 피하고 사회는 썩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직한 시장이야말로 사회를 발전시키며 정화하는 활력소이다. 언제인가 우리 사회에도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정의롭고 생산적인 조직이 풍미할 것이며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모든 생산조직을 관장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국민들도 어느 정도 프로가 되어 장래를 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비정상의 조류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는 뒤에 어떤 파도에 쓸려 나가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영봉/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5-06-2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5062201013137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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