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지나며 북한의 김정일정권을 지키는 것은 우리 대북정책의 철칙(鐵則)이 됐다. 지난 터키 방문 길에 노무현 대통령은 “여야 모두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고” 그런 사태에 따른 통일은 준비하지 않음을 밝혔다. 북한의 핵위협이 국내외 최대 이슈가 된 지난주에는 유시민 의원이 “북한 체제가 갑자기 붕괴되는 것은 전쟁에 버금가는 비상사태가 될 것”이라며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사태가 가져올 비용을 감안하면 지금 쓰고 있는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런 대북정책 기조는 어떤 남북관계를 의미하는가? 우선, 노 대통령은 통일이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 즉 “남북 교류 발전을 통해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될 때,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안정된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와 그로부터 창출될 통일을 우리 마음대로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 독일 방문중 대통령은 저명한 인사들로부터 “갑자기 통일되는 사태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놀랐다”지만 실상 그것이 가장 상식이 통하는 질문일 것이다.
북한이 남한과 비슷한 역량을 가진다면 그것은 대체 언제쯤이 될 것인가? 북한이 자유와 창의를 북돋우는 민주시장체제라면 그 정치·경제적 역량이 급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므로 우리가 원치 않는다. 오늘과 같은 빈곤과 타협 불능의 국가를 만든 북한 지도자에게 앞으로 50년간 처분을 맡기면 기다리던 통일의 조건이 성숙할 것인가? 이것은 통일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으니 ‘통일정책’ ‘통일부’란 이름 자체가 부당할 것이다.
북한 체제는 봉건시대 농노제와 같다. 북한 인민은 정권의 소유물이고 체제 유지를 위해 노예처럼 일하다가 그곳에서 죽어야 한다. 그들은 일생을 문명세계와 차단된 채 굶주림과 고역 속에 수령을 찬양하며 살아왔다. 견디다 못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들은 정처없이 중국 등지를 떠돌고 있다.
이런 북한정권을 흔들면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고, 대량의 동포 탈북은 엄청난 경제·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의 붕괴를 원치 않고 붕괴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북한체제를 유지시킴이 곧, 통일을 지연시키고 우리 경제·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전략적 요체(要諦)인 것이다. 이것은 북한 주민은 남한의 짐이 되니 그들을 가두어 놓는 우리로 북한정권을 키워주자는 말과 다른 것인가?
이런 전략적 사고(思考)는 도대체 얼마나 미래 국익(國益)에 기여하는가. 오늘날 북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는 한계에 달해 내일 당장 어떤 사태가 발생해도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됐다. 북한이 변한다면 아마 가장 상식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는 폭압정권이 궤멸하고 자유 인민의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일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우리는 무슨 면목으로 북한의 새 정부와 인민을 대면할 것인가? 또 어떤 권리나 연고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남한은 북한에 대해 동포로서 가슴에 우러나는 도움이 아니라 과거의 가해자로서 배상하고, 과거사 사죄를 되풀이하여 요구당하는 기막힌 사태를 대면할지 모른다.
우리 정부가 모든 호의를 베풀자 북한 정권이 핵보유국을 선언해 남한은 이제 정말 가공할 핵의 협박 아래 나날을 보내야 할지 모르게 됐다. 정성으로 그들의 입지를 변호한 남한을 그들은 대화상대로도 보지 않는다. 정부가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마치 동포와의 관계인 듯이 포장해 선전하는 동안 반미감정은 창궐해 왔다. 한미동맹은 금가고 핵 위협은 증대해 그 영향은 궁극에 경제·사회 전반에 미칠 것이다. 과연 우리가 북한 정권을 지원하여 얻는 국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무엇보다 불쌍한 북한 동포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일이 견딜 수 없다. 북한 동포가 그렇게 짐스러우면 그저 인연을 끊고 모른 체하자. 그들의 쪽박까지 깨서 도와주는 체하며 이용하는 사정을 안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에 동의하겠는가?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5-05-16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5051601013137191002
이런 대북정책 기조는 어떤 남북관계를 의미하는가? 우선, 노 대통령은 통일이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 즉 “남북 교류 발전을 통해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될 때,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안정된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와 그로부터 창출될 통일을 우리 마음대로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 독일 방문중 대통령은 저명한 인사들로부터 “갑자기 통일되는 사태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놀랐다”지만 실상 그것이 가장 상식이 통하는 질문일 것이다.
북한이 남한과 비슷한 역량을 가진다면 그것은 대체 언제쯤이 될 것인가? 북한이 자유와 창의를 북돋우는 민주시장체제라면 그 정치·경제적 역량이 급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므로 우리가 원치 않는다. 오늘과 같은 빈곤과 타협 불능의 국가를 만든 북한 지도자에게 앞으로 50년간 처분을 맡기면 기다리던 통일의 조건이 성숙할 것인가? 이것은 통일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으니 ‘통일정책’ ‘통일부’란 이름 자체가 부당할 것이다.
북한 체제는 봉건시대 농노제와 같다. 북한 인민은 정권의 소유물이고 체제 유지를 위해 노예처럼 일하다가 그곳에서 죽어야 한다. 그들은 일생을 문명세계와 차단된 채 굶주림과 고역 속에 수령을 찬양하며 살아왔다. 견디다 못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들은 정처없이 중국 등지를 떠돌고 있다.
이런 북한정권을 흔들면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고, 대량의 동포 탈북은 엄청난 경제·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의 붕괴를 원치 않고 붕괴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북한체제를 유지시킴이 곧, 통일을 지연시키고 우리 경제·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전략적 요체(要諦)인 것이다. 이것은 북한 주민은 남한의 짐이 되니 그들을 가두어 놓는 우리로 북한정권을 키워주자는 말과 다른 것인가?
이런 전략적 사고(思考)는 도대체 얼마나 미래 국익(國益)에 기여하는가. 오늘날 북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는 한계에 달해 내일 당장 어떤 사태가 발생해도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됐다. 북한이 변한다면 아마 가장 상식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는 폭압정권이 궤멸하고 자유 인민의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일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우리는 무슨 면목으로 북한의 새 정부와 인민을 대면할 것인가? 또 어떤 권리나 연고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남한은 북한에 대해 동포로서 가슴에 우러나는 도움이 아니라 과거의 가해자로서 배상하고, 과거사 사죄를 되풀이하여 요구당하는 기막힌 사태를 대면할지 모른다.
우리 정부가 모든 호의를 베풀자 북한 정권이 핵보유국을 선언해 남한은 이제 정말 가공할 핵의 협박 아래 나날을 보내야 할지 모르게 됐다. 정성으로 그들의 입지를 변호한 남한을 그들은 대화상대로도 보지 않는다. 정부가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마치 동포와의 관계인 듯이 포장해 선전하는 동안 반미감정은 창궐해 왔다. 한미동맹은 금가고 핵 위협은 증대해 그 영향은 궁극에 경제·사회 전반에 미칠 것이다. 과연 우리가 북한 정권을 지원하여 얻는 국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무엇보다 불쌍한 북한 동포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일이 견딜 수 없다. 북한 동포가 그렇게 짐스러우면 그저 인연을 끊고 모른 체하자. 그들의 쪽박까지 깨서 도와주는 체하며 이용하는 사정을 안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에 동의하겠는가?
[[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기사 게재 일자 2005-05-16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505160101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