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企業이 계속 ‘봉’ 되는 불편한 진실

yboy 2016. 11. 7. 15:17
  기사 게재 일자 : 2016년 11월 07일
<포럼>
企業이 계속 ‘봉’ 되는 불편한 진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 경제학

최순실 사건은 오늘날 한국의 기업(企業)이 ‘권력’에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재벌닷컴 등의 조사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은 53개사로부터 총 774억 원의 출연금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68억8000만 원, SK하이닉스 68억 원, 삼성전자 60억 원 등 대기업들 헌액(獻額)은 거대했다. 지난해 4000억 원대의 적자를 본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같이 법인세도 못 내는 기업 12개도 피 같은 출연(出捐)을 했다.

이 밖에도 최순실의 독일 회사에 35억 원의 승마훈련비를 지원한 삼성전자, 70억 원 및 80억 원의 출연 압력을 받은 롯데그룹과 SK그룹, 3억 원 출연 후에 70억~80억 원을 더 요구받은 부영그룹 등 권력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부영의 경우 이중근 회장이 “세무조사를 도와주실 수 있는지” 언급해서 성사되지 못했다는데, 그 대화를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켜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사태가 이러하자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 53개사를 전수조사한다고 한다. 기업들은 정부·정권세력에 무단히 돈 뜯기고 덤으로 범죄자 누명까지 쓰는 신세다.

오늘날 한국의 기업 환경은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낸 준조세는 44조6708억 원으로 법인세수를 2조205억 원이나 초과했다. 이 준조세는 기업이 부담하는 각종 법정부담금, 4대 보험료, 사회보험료 등을 합한 것이다. 이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같은 정부의 독려사업 참여, 청년희망펀드 참여, 각종 기부금, 사회공헌 지출 등을 더하면 그 수치는 50조 원을 훨씬 넘게 된다. 이런 준조세는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고, 이는 기업의 투자 능력 왜축(矮縮)과 함께 ‘기업할 의욕’을 감퇴시킨다.

최근 야당들은 법인세 인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오늘의 정치 현실로 보아 그 실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야당은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2%)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4%)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법인세수보다 더 커진 준조세 부담을 생각이나 하고 OECD와 비교하는가? ‘지금 전 세계가 기업·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따라서 한국의 법인세 인상 기도는 경쟁국만 기뻐할 해국(害國) 행위다, 인상된 법인세는 부자가 부담하지 않고 결국 서민에게 전가된다’는 이론적·경험적 사실을 수없이 외쳐도 우리 정치인들에게는 통하는 길이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자본·기업·자유시장경제에 성공을 이룬 나라지만, 선진세계 최악의 반자본·반기업·반시장 정치세력과 이념이 지배하고 있다. 그간 한국의 기업들은 기업과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투자·후원·광고 기타 활동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 사회·문화적 이념, 여론과 제도 등의 형성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 세월 한국 기업들은 끌려가기를 택해서, 정부 권력, 좌파적 언론·문화·시민단체에 굴복하고 오히려 부역(附逆)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비겁한 행태가 기업을 멸시 및 수탈의 대상으로 보는 정치 세력과 사회적 관념을 길러 반기업·반시장의 그물망 속 신세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의 탄생과 발전은 봉건적 권력의 소유자에 대한 자산가 계급의 도전(挑戰)으로 이뤄졌다. 우리 기업들도 탄압적인 정치적·이념적 권력에 피를 흘리며 도전하지 않는 한 이 땅에서 기업의 박해와 이로 인한 나라의 쇠퇴, 국민의 희생은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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