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文캠프 잇단 말썽도 대응도 문제다

yboy 2017. 3. 15. 19:31
  기사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5일
<포럼>
文캠프 잇단 말썽도 대응도 문제다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

최근 손혜원 의원은 한 인터넷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계산된 승부사’라는 대담을 하던 중 “그의 자살도 계산한 거”라고 했다. 그러나 당에서 일제히 성토하자 “제 무지의 소치”라고 사죄하고 문재인 캠프 직도 사퇴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검찰 조사를 피하려고 계산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실로 보는 발언’ 자체가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더 심각한 점은 그것을 ‘불경(不敬)’으로 문제 삼고 내치는 것이다. 그런 정당에서는 당의 노선·존엄에 대해 아무도 사실을 말할 수 없게 된다.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정당은 전체주의로 나가게 마련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반올림’은 유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귀족노조의 방식으로 농성을 한다”고 말했다가 당 안팎의 ‘반(反)노동’ 비판에 결국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사과했고, 문 전 대표까지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110여 명의 반도체직업병 피해자에게 보상했으며, 발병자·유가족 대표인 가족대책위와 보상에 합의, 2016년 1월 이 문제가 타결된 것으로 본다. 가족대책위는 반올림이 지난 7년여 간 피해자에게 절실한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신의 투쟁 목적만 위해 활동했다고 보아 반올림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협상 조직을 구성했다. 그러나 반올림은 스스로 피해 주장자를 계속 제보받아 삼성전자에 보상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자 삼성본사 앞에서 농성 시위를 해왔다.

양 위원은 이런 반올림을 당초 이기주의적 귀족노조로 성토했다가 철회했다. 도대체 민주당이 양 씨를 떠들썩하게 스카우트한 목적이 무엇인가. 현장에 정통한 전문가의 의견을 국정(國政)에 소중하게 반영하자는 게 아니었던가. 민주당은 그런 현장의 증인이며 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인사의 소견까지 ‘노동자 정당’의 이름을 세우기 위해 뒤집도록 했다. 이 당에 비록 1000여 명의 교수·전문가가 있다고 해도 그저 당의 편향적 이념과 선동을 변론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지 않을까 의심받을 만한 것이다.

표창원 의원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나체로 누워 있고 강아지, 박정희, 사드, 최순실, 세월호, 주삿바늘 다발 등이 더럽게 널린 그림을 국회에 전시했다. 이 당 의원의 인간적 품성과 대한민국 국회의 얼굴을 추락시킨 비열한 사건이었지만, 당과 동료들은 그에게 징계다운 징계나 비판을 내린 바 없다. 다당제 민주주의 국가 정당들은 상대를 존중해 이런 행동을 무참히 문책해 재발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자정(自淨) 기능이 없는 정당은 당의 과격화와 독선도 바꾸기 어렵다.

대선이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문 전 대표가 여론 지지도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개성공단을 수십 배로 넓히고 과거 체제를 청산해 ‘시민혁명’을 완성할 것을 주창했다. 하지만 과거 역사의 주역인 수많은 기성층은 미군 철수, 한·미 동맹 철폐가 북핵 밑에 발가벗겨진 대한민국의 국가안보, 체제 유지, 국민의 삶과 자유를 절대적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이성과 책임을 지는 정부로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국가적 재난과 국민 간의 변란을 기다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더민주는 지금부터라도 당 내외의 모든 언로(言路)를 획기적으로 열어 이견을 경청·수용하는 정당으로 변신하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피하는 현자의 길이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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