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칼럼

[포럼] 세계가 걱정하는 한국 포퓰리즘 정치

yboy 2017. 1. 17. 14:13
  기사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17일
<포럼>
세계가 걱정하는 한국 포퓰리즘 정치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 경제학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포퓰리즘 문제다. 때맞춰 영국의 옥스퍼드이코노믹스도 ‘포퓰리스트 새해’라는 보고서를 내어 20대 경제 대국 가운데 11개국에서 앞으로 2∼3년 안에 포퓰리스트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중에서 대한민국의 가능성은 미국, 브라질, 멕시코 다음인 20%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 본다면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 주자들이 모두 부자 증세, 기업 규제, 복지 수당, 평등주의 공약을 무분별하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평소 재벌 개혁과 법인세 인상의 신봉자다. 그가 신년 제호(題號)로 제시한 ‘재조산하(再造山河)’는 듣기만 해도 섬?하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구시대를 모두 ‘혁명’으로 청소할 것을 공언해 왔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의 우리 사회 이념, 조직과 기득권을 모두 불태워 없애겠다는 말로 들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립대학의 단계적 무상교육을 주장한다. 서울대에 못 가는 다수에게 영합하기 위해 국가 지식의 산고(産庫)로서 대학 기능을 파괴하겠다는 발상일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농어민, 모든 장애인, 노인 등 2800만 명에게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 재원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고 다른 정부 재정을 줄여 마련하겠단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원래 재벌 개혁과 사회적 경제의 전도사였으며, 이제 교육·복지·노동에서도 ‘굉장히 개혁적인 길’로 가야 함을 제안한다. 보수 진영 기대주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조차 ‘따뜻한 시장경제’ ‘재벌이 모든 걸 통제하니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어 재벌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공언한다.

여야 대선 주자 모두가 이렇게 일제히 좌파 포퓰리즘 공약 일변도인 것은 아마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 사태며, 자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의 과도한 복지·평등 추구는 부자·대기업 증세, 국가부채 폭주, 기업 파산 및 해외 탈출, 국민의 나태·빈곤·실업으로 이어짐이 필연적이다. 포퓰리즘 정치가 ‘망국의 병’임은 한때 잘 나가던 그리스가 잘 보여준다. 실업률이 25%, 청년실업률은 50%에 이르며, 고급 직업여성들이 매춘에 뛰어들고, 시민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도 언론에 소개됐다.

오늘날 한국은 경제·안보 모두 백척간두이다. 국가 성장잠재력은 고갈되고 대표 기업들은 경쟁력과 수익성을 잃고, 기업가 정신은 시들고 국민은 자신감을 잃고 있다. 북한의 핵(核) 개발, 거대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협박, 도널드 트럼프 등장 이후의 한·미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의 불안 등 수많은 위험이 널려 있다. 정치인의 본분은 이런 때 나라와 국민을 슬기롭게 이끄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기업을 겁박하고 노동·복지·재정개혁,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 경제 활성화법안 등을 부자와 빈자 간 싸움으로 몰아 무작정 폐기·지연시켜 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지금 반기업·반시장 정서가 세계 최고이며, 정치인들은 좌경도(左傾倒) 일색이다. 대통령 되려는 사람 가운데 국가경쟁력·기업가정신을 말하는 이가 없고, 국민에게 책임·고통·인내를 말하는 이가 없다. 정치의 타락상이 이 정도로 극에 달할 때 이를 반전할 국민적 이성의 거대한 폭발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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