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
LA조선 편집고문
한국에서는 ‘가짜뉴스’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무디스,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두 단계 높은 ‘AA-’로 유지했듯이 우리 경제의 근본 성장세는 건전하다”며,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덩달아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출신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금 문제되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보호범위 밖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 뉴스 논평까지 정권이 진위(眞僞)를 재단하는 시대에 돌입할 모양새다
.
문 대통령 말은 한국경제는 지금 잘 나가는데 ‘가짜뉴스’ 때문에 경제가 나쁘게 보이고, 그래서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잠간 최근의 한국의 경제지표를 보자. 작년 국내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송금액기준)는 498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11.6% 늘어난 한 반면, 국내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4.2% 감소했다.
금년 1/4분기를 보면 해외직접투자가 전년 동기대비 44.9% 늘어난 141억 달러다. 반면 국내 민간설비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6.1%로 추락했다. 한편 금년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56억1000만 달러(도착기준)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45.2% 감소했다.
외국인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우리기업의 국내설비투자도 감소하고 해외투자만 급격히 늘어난다는 건 한국이 비용, 규제, 장래전망 등 어디에서나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 감을 보여주는 증거다. 기업과 투자가 한국을 떠나가면 일자리도 부가가치도 세금도 한국을 떠나고 궁극적으로 한국은 폐허가 된다. 그 증세도 문제지만 불과 1년 만에 국내설비투자 16% 감소! 해외투자 45%증가! 외국인투자 45%감소! 등 추락세가 실로 ‘패닉’수준 아닌가? 이런 실속을 말하면 가짜뉴스인가?
지난주 '7월고용 동향'이 발표됐는데,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9만9000명이 증가했다. 그야말로 대성과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60세 이상 노인취업자가 1년 전보다 37만7000명 증가한 반면 경제활동의 주축인 40대는 17만9000명, 30대는 2만3000명이 감소했다.
이 정부 들어 이것은 판에 박은 패턴이다. 주로 정부 돈으로 고용되는 60세 이상 취업자는 매월 30만 명이상씩 증가하는 반면 30·40대 취업자는 22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단시간 일자리 급증 현상도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달 주당 36시간미만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0만4000명(10.8%)이 증가했다.
주 1시간~17시간을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는 1년 전보다 28만1000명(17.9%)이나 늘었다. 하루 3시간 놀이터 지키고 월 27만원 받는 ‘소일거리’ 노인일자리, 담배꽁초 줍기, 빈 강의실 불끄기, 전통시장 안내원,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알바 쪼개기 따위다. 이들을 뺀 36시간 이상 일한 ‘보통 취업자’는 25만 명이 감소했다.
이렇게 거품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 예산은 2017년 17조1000억원, 2018년 19조2000억원, 올해는 23조5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2.4%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정책적 효과로 일자리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실상을 속이는 발언이 실로 가짜뉴스 아닌가.
악화하는 경제실적을 우겨서 잘 나가는 것으로 만들어 대통령지지율을 올리고, 그 위력(威力)으로 비판자의 입을 막는 것— 이것이 오늘날 ‘세계 제일 정보통신강국’이란 나라에서 벌어지는 희극이다. 이리해서 모든 국민이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도취한다면 한국은 곧 북쪽의 어느 나라처럼 되지 않겠나.
<LA조선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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