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
최근 자식들과 지지 정당이 달라 화병 난 노년 친구들을 자주 본다. 정권이 좌파독재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망치고 있어 자식들의 미래가 걱정되는데, 자식들은 오히려 이 정권을 지지한다. 아비 세대를 ‘수구 꼰대’라고 폄훼하고 자기 말을 들어볼 생각조차 안 한다는 것이다.
어떤 부자 친구는 “그렇다면 재산을 안 물려주겠다”고 협박해 봤지만 오히려 더 경멸하는 눈치라고 한다. ‘그 재산 결국 나한테 올 수밖에 없는데 웬 협박이냐’는 표정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그 협박을 당장 실행해 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내 말을 듣는 날까지 매일 우파 단체에 1000만 원씩 기부해 버리겠다고 예고하고, ‘반드시 그렇게 실행하라’고.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며 뜻이 있는 행동이다.
지난주 IT·벤처 업계 등을 중심으로 경제 인사 100여 명이 가칭 ‘규제개혁비례당’ 창당에 착수했다고 선언했다. 이는 오늘날 질식하고 있는 모든 경제인 집단 중 처음으로 자신의 문제 해결을 ‘호소(呼訴)’가 아니라 ‘정치적 행동’으로 결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클라우드·드론·자율주행·공유경제 모두가 규제 때문에 실기(失期)했다”고 성토했다. 지금 주 52시간 근무제, 화평법·산안법 등을 비롯해 전 경제·산업·금융·서비스업계가 규제에 목 졸려 질식하고 있는 중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혁신’을 12차례나 언급해 마치 이 정권이 규제 혁신의 선봉인 듯이 선전했다.
원래 기업인들의 역할은 글로벌 경쟁에서의 생존경쟁을 위해 모든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정치적 토양이 이렇게 심각하게 오염되면 기업인들이 아무리 정성스럽게 씨앗을 뿌리고 가꿔도 그 결실을 볼 수가 없다. 따라서 IT·벤처 기업인들의 ‘정치적 조건을 바꾸겠다는 행동’은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불가피하고 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행동에는 지혜와 책임이 따라야 한다. 연초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역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사회적 패권 교체’마저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사회적 패권 교체란 재벌, 특정 언론, 종교인, 왜곡된 지식인의 개혁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미 민주당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교육문화계·공영방송·드라마·영화·시민단체 등을 다 지배하고 있다. 이런 정치·경제·사회의 여러 패권을 다 장악했는데도 새삼 ‘사회적 패권 장악’에 또 집착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정권 비판적 재계·언론·종교인·지식인들마저 완전히 거세해 전체주의적 영구집권의 통치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것이 현실로 이뤄져 반대와 비판이 없는 나라가 된다면 새로 탄생하는 규제개혁비례당이 국회의원 몇 명을 당선시킨들 그들이 할 역할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 정권의 거대한 복지 살포, 행정력, 편향 여론 등 모든 선거 여건이 ‘여당 압승’을 예시하고 있다. 따라서 유승민·친박·중도, 그리고 기타 반(反)민주당의 어떤 표라도 한 곳으로 다 모여야 막강한 사회적 패권당에 대항이 가능하다. 이러한 때 자유한국당, 새보수당, 기타 반민주당 세력이 과거 이념의 차이, 이익의 차이에서 벗어나 대통합을 선언함으로써 그야말로 보수우파 정당의 총선 승리에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 탄생하는 규제개혁비례당의 존재 이유 및 행동강령도 이런 보수중도 대통합의 대의(大義)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