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기본소득 大전제는 개별 복지 통폐합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
국회가 11조700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17일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추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현장의 의견’을 전했다. 따라서 올해 안에 이 정권의 ‘2차 추경’ 추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번 추경만 포함해도 문 정부의 예산은 2017년 401조 원에서 올해 524조 원으로 3년간 31%가 늘어난다. 반면, 올 연말까지 3년간의 경제성장률은 도합 7%나 될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올해 60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코로나로 인한 세수 감소가 전무하다 해도 이 규모는 약 72조 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매년 국가 재정은 대책 없이 10%씩 늘고 성장은 연 2%도 못 하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수년 안에 국민은 파탄 나고 국가가 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현금지원 추경’의 배경에는 4·15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대두한 ‘기본소득제도’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난달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에 ‘재난기본소득 1인당 50만 원’을 청원한 이래 김경수·이재명·박원순 등 지자체장들이 무수한 기본소득제안을 내놓는 중이다.
원래 기본소득 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 조건이 보장되도록 일정액의 현금을 무조건 정기적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2016년 제안·폐기된 스위스의 기본소득 제도가 이 제도의 대표적 사례다. 그 핵심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월 2500프랑(약 300만 원)의 현금을 주고, 동시에 기존의 모든 복지제도는 없앤다’는 것이다. 그러니 재난의 경우나 국민 일부에게만 주는 ‘추가적 현금 지급’에 기본소득 제도라는 이름을 붙여선 안 된다.
그러나 그 취지가 무엇이든 간에 이런 대규모 현금 지원 구실을 복지 퍼주기에 도취된 좌파(左派) 정권이 그냥 흘려버릴 리 없다. 따라서 기본소득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향후 언제나 등장할 복지정책 이슈, 선거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
스위스형 기본소득 제도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민 모두에게 ‘사회가 합의하는 가구당 최저 복지’ 예컨대 2500프랑의 현금 지급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과거의 모든 개별적 복지 시스템은 물론, 최저임금 제도도 필요가 없어진다. 더불어 과거 복지 시스템을 관장하던 정부 기관·인력·예산 등이 필요 없게 되고, 포퓰리즘 정치가들의 선동이 설 땅도 없어지게 된다.
다음으로, 국가의 복지 선택에 의한 개인의 효용 상실과 사회적 후생 낭비를 제거하는 것이다. 공짜로 쓰는 복지에서는 낭비·과소비가 본질이 됨을 피할 수 없다. 병원에서의 과잉진료, 강제 무상급식 따위다. 이로써 공짜 복지를 타내기 위한 정치활동, 헌금, 복지 범죄까지 무수한 낭비 행위가 없어지고 이는 납세자를 비롯해 사회 구성원 전체의 후생 증대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모든 복지가 개인에게 현금으로 지급됨으로써 사람들은 각자 최소 비용으로 최대 가치를 얻는 복지 소비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런 합리적인 시스템을 왜 도입할 수 없을까. 이를 도입하면 정치가가 결정하고 생색내고 권력을 쓸 복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서울·성남·전주 기타 지자체가 일부 집단만 골라서 주겠다는 거대한 현금, 추경을 또 해서 주겠다는 ‘현금 복지’는 모두 이런 표(票)퓰리즘 수단일 뿐이다. 이는 권력자가 자신의 호강을 위해 장래 유권자의 주머니를 터는 사특(邪慝)한 행위임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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